집에서 차로 40분도 안 걸리는 서울랜드는 크게 두 바퀴를 돌았는데도 별로 지치지 않았다. 그러고도 오후 5시다. 특별할 것도 없고 재밌는 기대도 없었지만 막상 도착하니 여러 기분이 든다. 셋이 같이 있는 것은 좋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더 좋다는 것. 우리 어디갈까? 같이 놀이동산 갈래? 같이 뭐 안할래? 이런 질문을 해본 게 너무 오래 되었다.
권이는 어느새 조금씩 크고 있다. 키도 자라고 생각도 자란다. 권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일이 바쁘다보니 집에 붙어있지를 못 했다. 언제나 아내와 권이, 장모님 이렇게 셋이 저녁을 먹었다. 일요일 아침이 아니면 권이 얼굴도 보기가 힘들었다. 나는 늘 집에 없었고 사무실에서 레슨을 하거나 종일 일을 했다. 권이 손 잡고 같이 놀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던 때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음과 상황상 일을 많이 해야만 하는 두 가지 이유가 나를 지겹도록 일 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모든 노력에도 모든 걸 잃었다. 권이가 4학년이 되는 그 해에 비로소 집으로 들어와 집에서 작업을 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권이를 돌보고 맛있는 것을 해주고 같이 놀고, 게임하고, 축구하고, 도서관에 가고, 간식 사먹으러 이곳 저곳 다니고, 신뢰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다. 아내의 퇴근에 맞춰 저녁을 만들면 셋이 저녁을 먹고 과일을 한두개씩 까먹으며 야구를 보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아내와 권이는 이미 다 알고 있었겠지만 나는 이제서야 그 감정을 알아간다.
6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김치 콩나물국을 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다. 권이는 처음으로 저녁밥을 두 그릇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