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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Feb 12. 2017

서점 창업 하시려는 분들에게

중고서점 - 북트

몇 년 전에 서점 창업이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그것이 한동안 유행했던 카페 창업과 같은 맥락이라 답했다. 그럴듯하고 좋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카페 창업을 여유로움, 낭만, 워너비로 생각했었다. 그게 서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리고서 나는 중고 서점을 창업했다. 물론 위와 같은 이유는 아니다. 3-4년 후에 본격적으로 해볼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의 과정을 보았을 때 이것은 분명 나와 잘 맞는 또 다른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이유는 알라딘이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는 다른 현업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서점 일을 홍보 없이 운영하고 있다. 알바 수준으로 운영하는 정도이다. 최대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심지어 12월과 1월은 교재 출간을 이유로 서점을 거의 오픈하지 않을 정도였다. 바쁜 일이 끝나 나는 다시 서점일을 아주 조금씩 하고 있다. 이렇게 글 쓸 여유도 생겼다. 중고책은 온라인으로만 조금씩 판매를 했다. 매입한 중고책만 예스24에 올려서 팔고 오프라인 서점도 9개월이 지나도록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사업이 돌아가는 방식과 업무양을 체크해보는 중이다. 지금 수준이라면 겨울엔 매출이 많이 떨어지고 봄~가을엔 늘어날 것이라는게 일반론이고 거기에 더해 온라인 매출도 조금씩 상승세를 탈 것 같다. 1년 정도는 더 보면서 서점의 완성도를 점쳐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서점이 무언가 특색있고 맛깔스러워야 하며 셀렉트샵으로서의 컨셉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곳곳에 특정한 서점들이 많아지고 있음이 나는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진 책 수가 너무 적어서 팔려나가는 책 자체가 너무 적을수도 있다는 것이 작은 서점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시 전문 서점, 독립 출판물 전문 서점, 여행 서점, 고양이 서점, 음악 서점, 소설전문 서점, 미스테리 전문 서점 등등 특화된 서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술, 음료, 잡화등을 포함하여 아주 다양한 상품글을 판매하고 있다. 어떤분이 나에게 '책만 팔아야 서점이지않는가'라는 생각을 강요하기에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전달한 적이 있다. 교보문고에서 핫트랙스가 면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를 보고 오시라 했다.


이러한 동네 서점은 지역 친화적 사업이므로 그런 특화된 서점을 운영하게 되면 확실히 지속적인 구매층이 없이는 오래 생존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전국에서 와 주면 다행이지만 해방촌이나 연남동 동진시장, 제주도같은 명소가 아니고서는 굳이 가볼 이유도 떠오르질 않는다. 열거한 동네를 굳이 가야할 이유가 없지만서도. 특화된 서점이라고는 해도 대형 서점의 카테고리 한쪽의 전문성도 못 갖춘 곳들이 있다.


그러니 서점이라는 곳은 동네와 친화적이지 않다면 그들이 찾아와서 놀다 갈 이유가 사라진 곳이 된다. 간간이 살피다 보면 책방 무사나 진주문고, 속초 동아서점등이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해 주는 것 같다. 이외에도 그런 서점들이 무수히 많겠지만. 나도 그런 방안을 앞으로 찾아봐야 한다. 나는 아직 어렵고 산적한 현안들이 많아서 아직 서점에 이렇다할 에너지를 쏟아붓지는 못하고 있지만 분명 동네 사람들에게 즐거운 장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동네에 좋은 장소가 있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좋은 장소가 될 생각을 해야지 책 팔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집어 치워야 한다. 사람들을 계몽할 생각도 가르칠 생각도 말아야 한다.


내가 서점이라니! 하면서 막연하게만 생각해서 장밋빛 미래만 그려보지만, 서점창업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재빨리 손쉽게 창업해서 망해보는 것을 습관화 하는데 (그렇게 핸드폰 사업, 패션 사업, 홈페이지 제작 사업 등을 시작했다가 번개 같이 손 뗐다.) 서점도 역시 최소 비용으로 준비해서 시작해서 망하면 말지로 시작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홍보 제로) 월 100만원 가까이 나와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본업으로 한다면 정말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수익 역시 개선이 될 것 같다.


서점은 허영심으로 해선 안 되고 섣부르게 카테고리로 컨셉화 하는 것도 위험하다. 동네와 어떻게 조화로울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견해가 추가된 글을 새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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