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맛, 청결, 친절 3박자가 조화를 이룬 식당에서 강원도막국수를 먹었다. 어디를 가든 레시피에 의해 나오는 프랜차이즈 음식. 그래서 요즘은 천편일률적 맛에 식상이 돼버린 터라 정성 어린 옛 맛이 나는 요리를 만나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래서인지 맵지도 싱겁지도 않아 좋았던 막국수는 삽시간에 몸 안으로 술술 넘어가 버렸다. 날이 갈수록 입맛이 들쭉날쭉 해 가시는 장모님도 만족스러워하시면서 전병이 없어 대신 드신 감자전 맛에 여운이 남으신 듯 연신 "맛있네."라는 말씀을 반복하신다.
조화는 음식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일 것이다. 최근에 나는 성당에서 합창단을 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합창단을 하면서 크고 작은 무대를 경험했지만 오랜만에 해서인지 자연스러운 발성이 잘 안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각 파트별 조화로움이다. 그 맛에 합창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몸도 마음과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 또 사람도 식물도 동물도 다양성이 확보될 때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룰 것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경험한 지구. 인간의 이기적인 생활로 지구 생태계의 극심한 변화.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언제 왔는지 모르게 겨울로 훌쩍 건너가는 것을 경험한다. 그만큼 지구 온난화는 심각하다.
구름도 별도 그 위엄에 얼씬도 못 한다. 그 색의 농도는 짙어지고 마치 생애 마지막 포효를 하는 늙은 호랑이의 눈동자처럼 강렬하고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