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SNS 활동에 열심이다. 처음 접하여 어렵고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리 없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곳에는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로 한 후에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내 의지도 담겨있다.
라디오 방송의 인기 척도는 청취율에 따라 좌우된다. 청취자의 수가 많으면 진행자의 인기도 올라가고 해당 프로그램의 수명도 길다.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배철수의 음악캠프 진행자였던 배철수 씨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30년간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술, 담배, 그리고 저녁 약속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프로그램 장수 비결에 자신의 통제력에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재일교포 야구선수였던 장훈 선생은 은퇴 후의 건강비결이 매일 걷는 것이라고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1시간 이상은 걷는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들의 생활은 늘 규칙적이다. 자신에게도 엄격하다. 고인이 된 송해선생님은 지하철을 이용하며 몸을 움직였다고 했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나와 근무했던 국장님이야기다. 그는 21살에 공무원이 되었다고했다. 60살에 퇴직을 했으니 거의 40년간을한 곳에서 공직생활을 한 것이다. 성실하지않았으면 불가능한 기간이다. 한 분야에 몇십년을 종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한 번은 내가 물었다.
"국장님. 그만두고 싶은 때는 없었어요?"
그러자 그는 "왜 없어. 당연히 많았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더라고. 그냥 이 일이 내 운명이거니 하고 여기까지 왔어"라며 밝게 웃었다.
그가 '이것 밖에 없더라고'라고 한 말에는 '성실'이라는 단어가 담겨있을 것이다. 40년 가까이 곁눈질 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도 묻어있을 것이다. 그것은 본인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 무의식 속에 습관이 되고 그것이 그의 운명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가 아는 선수가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도 활약했던 구대성 선수다. 2년 전에 유튜브에서 선수로 등판하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1969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도 현역이라니 대단한 일이다. 일본에는 미우라 가즈요시라는 축구선수가 있다. 67년 생인 그는 지금도 현역이다. 그는 90년대 일본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였다. 두 선수가 오래도록 현역에 있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열정과 자신에 대한 엄격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시간을 관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중학교 때인 1970년대 후반만 해도 나이가 60이 되면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누가 할아버지라고 하면 화를 낼 것이다. 나도 60이 몇 해 안 남았다. 할아버지라는 호칭에는 낯설 것 같다. 아직 청춘이고 할 일도 많다.기대수명도 길어졌다. 100세 시대가 오고있다고 한다. 오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년 전에 커피숍에 장모님과 마주 앉았다.
"자네는 누나하고 연락하지?"
장모님이 말씀했다.
"그럼요."
내가 말했다.
"누나 나이가 몇이야?"
장모님이 다시 물으셨다.
"올해에 70이 되시죠."
내가 다시 말했다.
"좋은 나이네. 나는 그때 친구들하고 여행도 많이 가고 했는데..."
장모님이 또 말씀했다.
"그럼요. 70이면 아직 젊죠. 한창입니다."
내가 또 말했다.
예전에는 70이란 나이가 한창이라는 말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오래된 부부들은 살다 보니 같이 살 운명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다.
"금방이야. 같이 살다 보니 50년이 넘었어. 도중에 헤어지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했지."라며 "그래도 어쩌겠어. 운명인 것을." 하고 덧붙였다. 그 운명이라는 단어 안에는 긍정이라는 의미도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그저 그렇게 지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은 운명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내가 22살에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다. 그때까지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그 시간에 청춘을 걸고 스스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약 2년 전에 "나 성당에서 성경공부하는데 좀 도와주라."라는 아내의 우연한 말에 "그럼 나도 이번 기회에 글 좀 써볼까?" 하며 다가온 것이 나의 글쓰기다. 그리고 올해 7월에는 첫 산문집을 발표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책을 내기까지 미치도록 걷고 썼던 것 같다. 요즘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영상을 제작하여 올리느라 눈 코 뜰 새 없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지금의 시간은 퇴직 후 새로운 삶의 여백을 채워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한때 영화감독과 드라마 PD에 목말랐지만 이루지 못하고 회사원으로 살면서 많은 음악을 들으며 지냈던 시간이 지금 글쓰기와 SNS 등 활동에 초석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면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라. 거기에 황금 같은 기회가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시간에도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을 것이다. 오는 시간이 포근하든 춥든 간에 소박하면 소박한 대로 크면 큰 대로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이용하느냐 아니면 이리저리 너울대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마음먹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