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앱을 다운로드하여 호텔을 검색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듯 아내가 말한다.
비행기부터 예약해야지. 숙소부터 잡았는데 그날 비행기가 없으면 난감해.
아.... 그렇구나.
오랜만의 여행으로 둔해진 것이다. 하긴 얼마 만인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후 딸이 어릴 적에 장모님을 모시고 도쿄와 나고야를 여행하고 20여 만의 일본행이다. 그때는 인터넷의 상용화가 초기 단계여서 여행 준비는 전화를 주로 이용했다. 그때의 습관이 몸에 배서일까. 국내 항공사에 연락해 보았더니 직원으로부터 자사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초저가 항공권을 구입할 기회가 있다는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여행앱에서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보니 가격도 괜찮았다.
숙소를 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렸다. 먼저 인터넷 검색으로 경험자들의 정보를 얻었다. 아내는 딸과 여행 때 이용했던 호텔을 추천했지만 셋이 묵기에는 협소했다. 매일 틈날 때마다 검색하며 아내의 의견을 구하고 후보지로 몇 군데에 예약을 했다. 최종 한 곳으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기한 내에 취소하면 위약금도 없었다.
아내가 일본 하면 호텔 방의 공간이 비좁다,라고 불편해해서 방이 넓고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실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곳으로 찾던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호텔 가격이 기대보다 1.5배가 높았다. 2년 전에 딸과 간 적이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oo엄마, 그때도 이렇게 비쌌어?
왜?.... 얼만데?
120만 원.
잉! 그 정도 아니었는데.
..... 왜지? 알아봐야겠네.
.........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출발하는 4월 27일부터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기간이었다.
아... 골든위크 기간이네.
5월부터 아니야?
아닌가 봐.
그럼, 버스투어는 취소해야겠네.
그러게. 알아봐야겠는 걸.
인터넷을 검색해 보던 아내가 다시 말한다.
가는 날이 주말이니 교통이 혼잡할 거라고 하는데.
그럼, 취소하자. 소중한 시간을 길가에 버릴 수는 없지.
그러자. 하카타, 오호리 공원, 텐진만 구경하는 데도 바쁠 거야.
우리는 벳부과 유후인 등 온천 지역 버스투어는 취소하고 도심 관광으로 변경한다.
며칠 후다. 아내가 현지의 맛 집 등을 검색하면서 또 말한다.
여행지에서의 좋은 기억도 있지만 가기 전의 준비 과정도 추억이 되는 거 같아. 어디를 구경할까. 무엇을 먹을까. 인터넷 검색을 하며 이는 설렘이 가기 전까지 일상에 좋은 에너지가 되는 거 같아. 인터넷이 없던 예전에는 준비할 것도 좀 많았어?
그랬지. 예전에는. 요즘은 환전할 필요도 없게 되어서 명동 나갈 일도 없다며. 트레블월넷 같은 카드도 있어 편하고.
응. 지하철 이용할 때 그 카드가 있으면 편해. 티켓 구매할 필요도 없어. 환전도 안 해도 되고.
내가 일본 유학할 때인 198, 90년대 만해도 명동에 가서 환전했는데. 수수료가 은행보다 저렴했거든. 남대문에 가면 환전상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그럼 이참에 명동에 가서 면세점도 둘러보고 환전도 할까?
그래.... 그럼, 거기 가보자 그 집 있잖아. 그......
어디?
그 삼계탕 유명했던 곳.
.... 영양센터?
맞다. 오랜만에 가보자.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 명동에 갔다. 환전소는 예전처럼 흔치 않았고 수수료도 그때처럼 저렴하지 않았지만 재미 삼아 간 거리는 크게 변화가 없다. 길 위의 사람들과 건물에 걸려있는 가게 안내 간판들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점 외에는. 환전을 하고 면세점에 들러 아내에게 가방을 선물했더니 밝은 표정으로 그녀가 말한다.
삼계탕은 내가 쏠게.
웃으면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에 도착한 식당.
삼계탕 두 개를 주문하고 옆 건너편 테이블에서 통닭과 삼계탕을 주문해 먹는 손님을 보더니 아내가 말했다.
여기 통닭이 맛있는데....
그럼, 시킬까?
다 못 먹을 것 같으니 다음에 먹자.
오케이.
조금 후에 나온 삼계탕.
예전보다 객은 많지 않지만 맛은 그대로다. 명동의 거리처럼.
그날 우리는 그렇게 음식에 또 하나의 추억을 담아 먹었다.
여행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또 다른 추억거리가 기다릴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한 채.....
사진: 김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