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제안

by 김곤

지난 3월 어느 날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우리 부부는 그날도 여느 날처럼 커피 잔을 들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내가 라테 한 모금을 하고 밝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이제 곧 환갑이네.

그녀의 미소 안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당신도 이제 정말 나이를 먹었네. 이제 진정 어른이 되려나. 드디어 할아버지 소리 듣겠네,라는 놀림 등......

어려서 40만 넘어도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내가 60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으니 더 그렇지도 모를 일이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작은 미소를 삼키며 나지막이 나는 말한다.

.... 그러게.



팔순을 축하하기 위해 처가 친척들이 어느 한식집에 모였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귀국한 처삼촌이다. 으레 있는 일인 것이 잔칫집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니 그중에는 자주 만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반가움은 배가된다. 그래서 분위기는 여느 날보다 화기애애하다. 날이 날인만큼 테이블마다 대화의 주제는 건강이다. 식사는 잘하시냐. 불편한 데는 없냐. 자난 번 고관절 수술한 곳은 어떠냐.

무릎이 아직도 아프다. 고관절 수술 후에 많이 못 걷는다. 등.....


실내는 대화소리에 음악소리에 음식 먹는 소리에 왁자지껄하다. 그 틈으로 주인공이 있는 테이블 한쪽에서 묵직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래도 여행 갈 수 있는 정도는 되는데...

형제자매들의 여행에 동행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무릎이 안 좋지만 갈 수 있다고 우기는 모양이다.


그렇다. 기념일이 되면 빠지지 않는 대화의 반상에 올라오는 주제 중에 하나요, 건강할 때 부지런히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 바로, 여행일 것이다.



아내가 잔을 비우며 다시 말한다.

퇴직도 하니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가는 것은 어때?

나야 좋지.

국내로 가고 싶어 해외로 가고 싶어?

우리 가족이 다 좋다는 걸로 하자.

일본으로 갈까? 후쿠오카 어때? 우리는 가보았지만 당신은 안 갔으니까.

oo 이는 괜찮을까. 요즘 바쁘다고 했는데...

정 안 되면 국내로 가야지.

나야 상관없으니 oo이 만나면 물어보자.

그렇게 아내의 제안으로 우리 부부는 나의 3번째 20살과 퇴직 기념 여행을 후쿠오카에 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주말이다. 딸이 독립한 후로 좀처럼 어려운데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점심을 하고 카페에 들렀을 때에 내가 말을 꺼낸다.

아빠엄마 여행 가면 같이 갈 거야?

어디?

글쎄... 아직 결정은 안 했는데, 아마 일본?...

딸의 옆에서 아내가 장난기를 담은 표정을 하며 끼어든다.

아빠 이제 60이 되고 퇴직도 하니 기념으로 가족 여행을 하려고 하지.

나도 갈래. 가기 전에 말해주라. 4월 초까지 바쁘니까. 그때 지나면 아무 때나 갈 수 있어.

아내가 미소를 띤 농을 건넨다.

갈려고? 아빠엄마만 갈게.

딸이 아내를 쳐다보며 엄마!.. 하고 말하며 웃음으로 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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