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오르기 2주 전이다. 어느 아침이다. 아내가 일어나면서 비틀한다. 그녀의 모습에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왜 그래?
응. 어지러워. 왜 이러지? 어제 먹은 게 안 좋았나?
..... 그러게. 조심해.
그녀는 잠시 멈추어 서 있다가 화장실로 간다. 가끔 체하는 아내이기에 괜찮겠지 하며 나는 약간의 안도와 졸이는 마음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있는 사이 그녀가 돌아와 다시 눕는다. 잠시 후다. 한번 체하면 길게는 몇 달을 고생하곤 했던 터라 이번 가족 여행에 자신이 방해가 될까 아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 이번 여행은 oo이하고 둘이 갈래?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웬만한 일로는 약도 먹지 않는 그녀라는 사실을 알기에 내가 말한다.
아니야. 셋이 안 가면 무슨 의미가 있어. 우선 병원부터 가보자.
응.
같이 갈까?
아니야. 별거 아닐 텐데. 소란스럽게.
.........
2시간 정도가 지나 병원에 갔던 돌아온 아내를 맞으며 내가 말한다.
어서 와. 고생했네. 뭐래?
그녀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보여주며 말한다.
며칠 약을 먹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큰 병원 응급실로 가보래.
......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를 위로하듯 차분한 소리로 나는 말한다.
괜찮을 거야. 같이 열심히 운동하며 체기부터 내리자.
응.
그날 저녁이다. 아파트 단지 앞 공원을 아내와 같이 산책하며 내가 말한다.
어때? 걸을 만 해?
응.
아내는 그날 이후 식사는 죽으로 대신하며 나와 같이 매일 저녁 750미터 둘레의 공원길을 6바퀴를 걸었다.
며칠 후에 내가 물었다.
좀 어때?
아직. 그래.
많이 힘들면 얘기해. 여행은 언제든 취소할 테니까.
위약금도 있고, 정 아니면 둘이 갔다 와.
아니야. 몸이 중요하지 무슨 위약금. 신경 쓰지 마. 알겠지?
응.
예약 후 바로 갔다면 아내가 심하게 체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내가 다시 말한다.
우리가 너무 일찍 예약했나 봐.... 예약 후에 바로 가면 좋았을 걸.
어쩔 수 없었지. oo이가 회사일로 바쁘고 나도 일정이 있었으니까.
다음에는 예약하고 바로 갈 수 날로 잡자. 요금이 비싸더라도.
그래.
다음 날이다.
매일 저녁 산책할 때 빠르게 걷다가 슬로 조깅을 하기에 나는 아내에게 말한다.
좀 빠르게 걸어볼까?
응.
빠르게 걷거나 러닝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나에게 보조를 맞추며 빠르게 걷는다. 이번 여행에 대한 걱정을 바람에 실어 보내고 싶은 듯 그녀의 표정이 진지한 표정을 보고 내가 다시 격려한다.
천천히 달려보자,라고 내가 말하자 아내가 움직인다.
간절함에서 나오는 용기다. 오랜만에 가는 셋만의 여행을 포기하기 않을 것이라는.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나의 구령 소리에 아내가 달린다.
처음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러면서 그날, 공원을 10바퀴 도는 신기록도 달성한다.
다음날 아침이다.
아내는 어떠할까.
내가 말한다.
좀 어때?
그녀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말한다.
응. 많이 좋아진 거 같아.
슬로 조깅이 도움이 되었네.
그녀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것 같아.
후쿠오카에 가서도 많이 걷자. 그러다 보면 언제 아팠나, 할 거야.
그래.
그 후 아내가 차츰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즈음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우리는 향했다.
후쿠오카행 비행기 안이다.
독립하여 생활하는 딸에게 아내가 그동안의 일을 말하는 모양이다. 딸이 배꼽을 움켜잡으며 나를 보며 추임새를 넣는다.
하나, 둘. 하나, 둘.
크크크.....
사진: 김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