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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보다 방향이다

성서백주간 15주 차(민수 1-12) 묵상

by 김곤

이틀이든 한 달이든 또 그 이상이든 구름이 성막 위에 내려앉아 지체하면 진을 친 채 길을 떠나지 않았다.(민수 9,22 참조)

백성은 미르얌이 돌아올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민수 12,15-16 참조)


가톨릭신문의 사회사목 면의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라는 코너에서는 어려운 형제자매들의 사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십시일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연은 백혈병으로 고통 속에 있는 수원교구 한 형제의 이야기였습니다. 기부하기 위해 휴대폰의 은행 앱을 열고 그를 위해 기도하는 순간 눈물이 올라왔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저는 성호경을 그었습니다.



최근에 저는 등에 난 악성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초기에 발견되어 다행인 것을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병실에서 항생제를 투여받을 때는 온몸의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듯 했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좀 쉬라고 이러한 휴식을 주셨구나,라고 여기며 짬짬이 읽으려고 가져간 책도 펴지 않고 휴식에 전념했습니다. 침묵으로 지낸 며칠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서사를 너무 서두르며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즈음은 길을 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들이 춤을 춥니다. 아주 느리게. 우리들에게 뭐가 그리 급하냐고 하듯이 말입니다.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가을바람이 우리를 반깁니다. 단추를 풀어헤친 가을 하늘은 온기를 품으며 우리를 안아줍니다. 그래서 가을바람은 따스한 추억을 불러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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