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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18. 2023

큐슈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들

일본 오이타 분고오노 시와 시모노세키에서 한일 양국 시민들이 만났습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잘 모르는 하라지리 폭포 原尻の滝 오이타 현 분고오노 시에 있습니다. 


2023년 6월 9일 금요일 저녁 5시에 부산항 국제선 터미널에 40명 단체가 모였습니다. 6개월 전부터 준비한 양국 시민들 교류에 참여하고자 부산에서도 대구에서도 대전에서도 오셨습니다. 몇 개월 전에 예약해 둔 선박 승선권을 수령하기 위해 여권을 제출하고 티겟팅을 하였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 여행사 대표가 있는데 그분이 선박 승선 예약, 여권, 호실 배치 등을 전담해서 도와주었습니다. 이번에는 부부가 4쌍이 있었고 여고 동창 친구가 한 쌍이 있어서 조금은 색다른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세 모임에서 참가하여 조금은 낯설기도 하겠지만 여행 기간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부산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민간 차원의 교류라서 공공외교란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2015년 2016년에 걸쳐 외교부 실버 공공외교단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 국민들 개개인이 하는 외교는 모두 공공외교가 됩니다. 당시는 민간교류행사비 일부를 지원받았지만 이번엔 전액 자비로 다녀옵니다.  1인당 45만원인데   선박승선권 20만( 선박왕복, 관광세. 부두사용료, 유류활증료 모두 포함), 첫날 저녁 식사 준비 2만원, 전세 대형버스 6만원, 점심 두 끼 4만원(2만원*2회), 호텔 1박 11만원( 저녁식사, 숙박, 아침 식사 포함) 현지 전통공연 관람 및 예비비 2만원 이렇게 경비 산정 금액을 미리 공개하여 신청자를 받았는데 며칠 만에 신청자가 차버렸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추가 신청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다음 기회로 하자고 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1인당 34만원 정도였는데 이번엔 많이 올랐지요. 선박비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6월 말고 3월 현지에 벚꽃과 튤립이 만개할 때 가려고 합니다. 




수속을 끝내고 6시 30분 정도 선박에 오릅니다. 부산과 큐슈 왕복하는 선박에 우리 측 배는 성희호, 일본측 매는 하마유입니다. 일정에 따라 우리도 하마유에 승선하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부산-시모노세키(下関) 왕복 선박을 부관훼리로 부르지만 일본측에선 관부훼리로 칭하지요. 선박 내부는 조금 다릅니다. 성희호는 20인실 같은 다인실이 많은 반면에 하마유는 12인실 이하로 만들어 놓은 것 같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선박에 올라 우린 각자 방으로 가기 전에 20인실 다인실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생선회부터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인당 주먹밥 두 개는 비상 식량이라 미리 챙겨두게 합니다. 컵라면과 함께 먹는 주먹밥은 일본 현지에서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각종 채소들, 밑반찬들, 떡과 음식들을 엄청나게 준비한 것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랍니다. 해외 여행을 가면서 이렇게 풍성한 저녁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지요. 음식을 주로 준비하신 여성 회원께 큰박수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분 말씀도 특별합니다. 


"다들 저에게 고생 많이 하였다곤 하지만 저는 대중공양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선상에서 밤이 깊어갑니다.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선실 밖으로 나가 여름밤을 만끽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외국 여행을 가는 기분에 한껏 자유로움을 누리는 지금이 최고 행복한 시간이 되겠지요. 선실 안에서 풍성한 음식을 놓고 숱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진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 표정에 저도 그냥 즐거워집니다. 40명 단체를 구성하여 이렇게 함께 여행을 나서는 과정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간다 했다가 취소하거나 개인적 사정을 들어 불만을 털어 놓는 사람도 있었지요. 이렇게 떠나도 3박 4일 과정에서 또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이런 문자가 수도 없이 오가지요. 급하면 국제전화로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그냥 단순히 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제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시모노세키 가라토 수산시장입니다. 교류 장소는 3층 돈황 식당입니다. 일본어로 돈코우라고 하지요. 4년 전에는 1인당 식사비가 1500엔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이 지나면서 2500엔으로 급격하게 올라 교류행사를 추진하는 우리들을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명한 시모노세키 바칸키헤이타이의 '부산갈매기' 노래


가라토 수산시장 야외공연장에서 한 컷

시모노세키에서 10여년 간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강선혜 선생님께서 격려 꽃다발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300명 정도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조금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현지 시민들이 강선생님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이렇게 조국에서 찾아와 자신을 격려하고 한국어교실 학생들과 식사하면서 교류하게 해주어 정말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인상도 매우 좋고 얼굴도 예뻐서 교류에 참석한 양측 시민들의 환호성이 정말 컸습니다. 이번 교류를 위해 정말 열심히 도와주셨습니다. 



여러 테이블 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자리입니다. 역시 젊은이들 자리라 달랐던 모양입니다. 우리측 참가자가 일본어를 능숙하게 잘 해서 대화가 더욱 잘 되었을 겁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너무 아쉬워하면서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앞으로 부산에서 만나자고 단단히 약속하였습니다. 


일본측 최연소 참가자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새로 산 모자를 선물하였습니다. 모녀가 함께 참석하였는데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히 젖을 정도로 기뻐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이렇게 시민들 교류가 활성화되는가 봅니다. 양국 정부가 예민한 정치적, 역사적 난제로 경직되어 있을 때 이렇게 풀뿌리 민간외교가 활성화되면서 그런 난제를 해소하는 조그만 몸짓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모녀가 가까운 시일 내 반드시 한국을 찾겠노라 약속하였기에 말입니다. 




시모노세키 가라토 수산시장 야외 광장 도시락을 먹으며 바다를 보는 곳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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