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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18. 2023

우와 김밥 진짜 비싸네

아내 퇴근길에 맞춰 달려가는데 폭우가 사정없이 쏟아집니다. 약속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으니 오후 4시 30분에 아내가 차에 올라탑니다. 현관 정문에 차를 댈까 했더니 다른 동료 직원들 눈치 보인다고 주차장에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있었지요. 현관 정문에서 차를 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주차장까지 채 5분되 안 되는 거리를 걸어오다가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날립니다. 머리숱이 적어 늘 제 머리카락 일부라도 가져가고 싶어하는 아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에이 씨, 그냥 현관 앞에서 탈 걸, 남들 눈치 본다고 요~까지 걸어오다가 스타이 다 꾸겠다 아이가. 그나저나 여름방학 내내 공사한다고 내 사무실에서 나와 도서관에 앉아 있으려니 영 눈치 보이네. 도서관 직원이 자활에서 오신 분인데 아직 낯도 설고, 그래서 하루 종일 어색한 분위기였다. 내일도 그게 걱정이네."


"그냥 한 공간에 있으니 적당하게 대하면 될낀데, 특별히 충돌할 일이 없으마 안 되나. 오늘은 첫날이니 어색했을 테고, 내일은 더 익숙해질끼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쉽게 쉽게 한다고 생각하는 기 좋겠다. 도서관이 5층에 있으니 지금은 누가 잘 오지도 않으니 그분도 심심하지 않았겠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제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아내가 안심하는 눈치를 보입니다. 세상살이 어디나 그렇지요. 내가 있어야 할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늘 있는 그곳에 한 달 정도 가 있으려니 왠지 더부살하는 마음도 들겠지요. 그리고 화제를 돌려 어젯밤에 이번 달 카드 내역에 막내아들 통신비가 유난히 많이 나와 이유를 모르겠다부터 우리집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그래서 막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까, 막내가 대뜸


"아버지 죄송합니다. 요번 달 급여로 자동차 보험이랑 다른 지출이 있어서 폰뱅킹으로 결제해서 그리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폰 통화비도 부모님께서 내주시는데, 이번 달에 많이 지출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야~야, 니 월급이 얼마 안 되니 그렇게 해도 괜찮다. 혹시 불법으로 통장에서 돈이 나갔나 싶어서 확인했다. 니가 쓴 거라면 됐다. 너무 신경쓰지 마라. 한창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아직까지는 나랑 엄마가 해 해줄 테니,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 알았제. "


자꾸 죄송합니다란 말을 반복하니 이젠 제가 미안하더군요. 요즘 박봉으로 힘들 텐데 부모가 그냥 대충 넘어가도 될 텐데,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도 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듭니다. 청년 희망적금을 넣는다고 생활비가 더욱 부족한 것을 뻔히 알면서 아들에게 물어 본 듯하여 참으로 미안합니다. 지난 번에 집에 잠깐 왔다가 경기도로 올라갈 때, 아내와 큰아들  그리고 딸이 출근하고 저 혼자 집에 있을 때 막내아들에게 제 지갑에 있는 현금을 모조리 주었지요. 막내아들은 자꾸만 사양했지만 결국 받아들었습니다. 제가 그랬지요. 


"얼마 전에 외부 강의 있어서 돈이 조금 있구나. 니 나이에 돈이 한참 필요할 텐데 요것밖에 못 주어 미안타. 다음에 올 땐 좀더 준비해 두마. 멀리서 혼자서 생활하니 외롭고 힘들 텐데 너무 혼자 끙끙 앓지 마라. 내 능력껏 도와주마. 알았제."


지인들은 저에게 자식들에게 더 이상 돈 주지 마라고 충고합니다. 이제 노년 세대에 접어든 때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식들 줘 봐야 아무 소용없다. 이젠 우리들 스스로 몸도 챙기고 돈도 챙겨야 한다. 자식들은 알아서 살아가게 둬라. 나중에 괜히 자식들에게 버림받으면 서럽기만 하다. 그때 가서 아무리 후회해도 어쩔 수 없으니 지금부터 자식들 도와주려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챙겨야 한다. 등등. 


지난 번에 집에 왔던 막내 아들에게 그렇게 지갑에 든 현금을 모조리 줘 놓고 오늘은 통신비 조금 더 나왔다고 확인하는 제 마음이 갑자기 쪼잔하게 느껴집니다. 막내아들 그 매너 좋고 경우 따지는 아이가 오늘 내내 얼마나 불편할까요. 부모에게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막내아들은 예의도 정말 바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거나 폐를 끼친다는 것에 거부감이 많은 아들이지요. 그런 아들에게 통신비 과다 지출 확인을 한 것이 후회막급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내는 저에게 그렇게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위로합니다. 그냥 통신비 지출이 많아서 누군가 해킹을 하거나 불법적으로 지출했을지도 모르니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고, 막내도 이번 참에 통신비를 절약할 것을 고민하지 않겠냐고 오히려 저를 달랩니다. 아내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또 그렇네요. 그렇게 둘이서 막내아들 통신비 건은 대충 합의(?)를 봤지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요. ㅎㅎ. 


다른 날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차안에서 우리집 아이들 3남매 이야기를 하면 꼭 큰아들부터 시작하는데, 그렇게 세 아이 이야기가 끝나면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막내아들 이야기가 끝이네요. 그렇게 주차장에서 내리면서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참 어제 김밥 사준다고 했는데, 혹시 샀어요?"


"아니, 내가 깜빡했네. 당신 내려놓고 바로 김밥집에 가서 사가지고 올게. 김밥 한 줄 해봐야 2천 원 정도 하겠지 뭐."


"안 그럴낀데, 우리가 요새 김밥을 안 사먹어서 잘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싸지 않을 낀데, 재료값이 올라 비쌀 낀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물가가 진짜 많이 올랐거든."


"그래 봤자. 김밥 한 줄에 한 3천원 하겠지 뭐. 내 가서 사올 테니 먼저 올라가시오. 오늘 큰 고생했다. 갔다 오께."


그렇게 산 김밥이 세상에!


한 줄에 4,800원입니다.  총 4줄을 샀으니 총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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