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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25. 2023

나이 들어 이렇게 하면 꼴불견

사회 생활하다 보면 회식(會食)을 할 기회가 많습니다. 회식의 사회적 의미가 사소하지 않지요. 크게는 회식을 계기로 구성원들이 일치 단결하여 조직체에 엄청난 성과를 가져다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 관계에 긍정적,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먹고 마시는 자리가 결코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술병과 술잔을 들고 다니며 후배들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평소엔 후배나 동료들을 위하여 밥 한 끼 산 적이 없고, 술을 한 잔 대접한 적이 없는 사람이 전체 회식하는 날엔 꼭 자기가 돈을 모두 내는 것처럼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며 온갖 덕담은 혼자서 다하는 모습 말입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게 대접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어색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선배가 되어 자신의 주머니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무리하여 돈을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어쨌든 회식 장소에서 유난히 설치는 모습을 보이면 그건 나이들어 진짜 꼴불견입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 후배들이 권할 때 가볍게 술을 한 잔 하면서 굳이 옆에 누군가 오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말로 대하면 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술이라도 몇 잔 들어가면 지금까지 있었던 볼썽사나운 일들을 굳이 큰소리로 떠들어 버립니다. 


회식 장소나 다른 사람이 대접하는 자리에서는 술병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나이 든 사람에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행동입니다. 심야에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오다가 밤샘 근무하는 경비원 분께 아이스크림을 한 개 드리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네요. 혹시 제가 지난 날 그렇게 한 적이 없는지 자기 검열을 해 봅니다. 


그런 행동 때문에 한번 낙인 찍히면 번개 모임에 초대될 일이 두고 두고 없을 것이니 깊이 유의해야 합니다. 내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도 아까운 법입니다. 남이 사는 식사 자리엔 꼬박 꼬박 참석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한 번도 남을 위해 대접할 줄 모르는 노년도 꼴불견입니다. 진짜 꼴불견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을 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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