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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l 27. 2023

독서모임에서 유난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매주 모이는 독서토론 모임에서 유난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자가 진행하면서 적절하게 그 사람 말을 제지하면 매우 불쾌해하고 기분 나쁜 감정을 두고 두고 표시합니다. 자신의 발언이 제지당하면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리고 한번 정도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불만을 몇 번이나 표시하고 독서 모임 후 식사 자리에 가서도 은근히 자신의 불쾌했음을 토로하여 함께 참석한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은근하게 표시나지 않게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분이 알아서 나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모임에서 나가면 불만도 함께 가져가게 됩니다. 다른 곳에 가서도 이 독서모임을 비방하거나, 사회자에 대한 불만을 동네 방네 떠들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분 몫입니다.



반대 사연도 있습니다. 독서토론을 진행하다가 발표가 길어진다 싶어 살짝 제지하면 열심히 말하다가도


"아이고, 제가 말이 길었지예. 제 말만 길게 해서 죄송합니데이. 그래도 이렇게 길게 말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발언 시간 조절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라고 미안해합니다.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데 말입니다. 전제 참석자들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발언 시간을 가급적 공평하게 주려면 사회자가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독서 모임 횟수가 많아지고 만남의 시간이 누적되면 참석자들 스스로 적절하게 알아서 발언 시간을 조절합니다. 그렇다고 참석자 모두에게 냉정하게 시간을 체크하지는 않지요. 어쨌든 독서 모임에 와서 대상 도서를 매개로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 그래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서 독서 모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합니다.


실제로 독서모임에서 참석자들의 셩향이 각양각색입니다. 화제가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때문에 자칫 누군가의 발언 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던가요. 그리고 발언을 시작할 때는 간결하게 해야지 하다가도 막상 말하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말이 길어집니다. 그때 누군가 살짝 발언 시간을 언급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급적 기분 상하지 않게 말이지요.


현직에 있을 때 학생 몇 명이 사소한 잘못을 해서 선생님이 훈계를 하시는데,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해서 학생들이 질려 버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말이 얼마나 긴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학생 한 명이 선생님의 훈계가 30분 정도 넘어가니까, 선생님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샘예, 차라리 우리를 그냥 때려주이소. 그기 낫겠심더." 라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그 선생님도 자신의 훈계가 길어진 것을 알았는지 급하게 마무리짓더군요. 하기야 그분은 학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체험활동 주의사항을 50분간 진행하여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문제는 그분 자신은 말을 길게 한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시니어들의 독서 모임은 그런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공평하게 발언 기회를 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발언 시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모이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목말라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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