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큰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한비자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人不倒於山而倒於石.
人咸不躓於山而躓於垤.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이다.
不躓於山 而躓於垤 山者大 故人順之 垤微小 故人易之也.
사람은 산 때문에 넘어지지 않고 오히려 개미 무덤 때문에 넘어진다. 그 이유는 산은 크기 때문에 조심하게 되지만, 개미무덤은 작으므로 사람들이 조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 문장을 해석하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조직이나 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은 태산과 같은 큰 장애물 때문이 아니라 개미 무덤 같은 작은 장애물에 걸려 무너진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사람이 사소한 것에 감정이 많이 상하는 것이 더 와닿습니다. 큰일에는 대범한 듯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지요.
부부싸움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소한, 정말 사소한 말싸움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요. 어떤 지인은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어느 날 저녁 퇴근하면서 아내와 둘이서 소주를 한 잔 할까 하고 시장에서 순대를 사가지고 왔어. 집사람이 순대를 정말 좋아하거든. 그런데 식탁에 앉자마자 집사람이 '분위기를 만들려면 소주보다 와인이 더 좋지 않느냐'고 슬쩍 한 마디 하는데 순간 기분을 확 잡쳤지. 집사람도 나랑 싸우자고 그렇게 한 것은 결코 아닌데, 오랜만에 기분내서 퇴근해서 소주와 순대를 사가지고 왔는데 그렇게 나오니 나도 모르게 울컥 하더군."
지금 이렇게 단 둘이 오붓하게 자리 만들어 소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지 않냐고 조용 조용 말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인데, 지인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그냥 소주와 순대를 식탁에 탁 놓은 채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들어누웠답니다. 그러자 이번엔 아내 분도 기분이 나빴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인데, 그날 언쟁을 한 뒤 저녁 내내 둘이 한참 동안 말도 안 하고 그렇게 그 아까운 시간을 보내 버렸답니다.
저야 지인의 말을 듣고 제3자적 입장에서 냉정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꽤 심각한 언쟁을 했답니다. 어쩌다가 시댁, 처가 이야기까지 비화되면서 언쟁의 폭도 넓어졌지요. 두 사람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서운했던 것들이 줄줄 나왔답니다. 그렇게 한참 언쟁하다가 '그만 하자'고 둘이 거의 동시에 침묵하게 되었답니다. 그날 밤도 다음 날 아침도 영 기분이 안 좋게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특별히 화해하는 시간도 가지지 않고 그냥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답니다. 서로 서로 사과는 없었답니다. 그후에도 둘이서 기분내어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 또 언쟁이 벌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가볍게 농담했습니다.
"아직도 그렇게 언쟁할 수 있다면 둘 다 건강하다는 증거 아니겠나.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게. 그리고 앞으로 소주는 절대 사지 않고 와인 좀 비싼 거 준비하고 와인에 걸맞은 안주도 함께 준비해서 어디 분위기도 생각해서 자리를 만들든지, 아니면 아예 괜찮은 와인 바에서 약속하여 좋은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놈 소주가 문제구만. 남자들은 소주에 큰 의미를 부여할지 모르지만 부인은 우리들 남자와 다르지 않겠나. 나도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소한 것에 목숨거는 일이 많았지."
충고랍시고 어설픈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저도 잘 안 하면서 말이지요. 제 아내도 저를 앞에 놓고 불만을 한번 말해 보라고 기회를 주면 엄청나게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도 자신이 없답니다. ㅎㅎ. 어쨌든 아주 사소한 것에 우리들이 많이 휘둘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소 타인들과 대화를 나눌 적에 신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날이 서 있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가급적 여유를 갖고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도록 진짜 고운 말을 골라서 조용 조용 상대방에게 건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칭찬해주는 것도 권합니다. 아주 작은 칭찬이라도 진정성을 갖추고 상대망에게 해주면 상대방은 자신의 삶에서 엄청난 자부심, 자신감을 갖게 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