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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ug 09. 2023

사람들 재능은 학벌과는 다른 것 같아요.

오늘 오후는 색소폰 연주가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곡을 거의 스무 번 반복하여 연주하면서 스스로 쾌감을 느낍니다. 혼자 속으로 '오늘따라 연주가 잘 되는 것 같은데" 라고 몇 번이나 반복합니다. 다니고 있는 학원 수강생 중에 제가 진도가 가장 늦다고 하는데, 저 스스로는 이렇게 오판을 하고 있으니 다른 이들이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 정통 방식을 강조하시는 강사 선생님의 경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강호 고수들의 빼어난 연주 동영상을 보면서 그것을 흉내내는 제 모습이 기가 차지 않나요. 주말에 수강생 전원 연습한 결과를 테스트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가장 혹평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진도가 가장 늦다고 놀림도 받았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수강료를 내고 배우는 색소폰 연주라서 기죽지 않고 부지런히 연습합니다. 초보가 연주를 못하는 것이 허물이 아니지요. 더욱이 기죽을 일도 아니고요. 즐겁게 곡연습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잘 한다고 칭찬합니다.


그렇게 한 타임 돌고 쉬는 시간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눕니다. 이번에는 어린 시절 학교 생활 당시의 경험들이 많이 나오네요. 한 여자 선배님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출신인데, 고향 마을이 110호 정도 된답니다. 요즘 같이 노령화가 극심한 현실에서 시골 마을이 그 정도 규모라면 상당하지요. 어쨌든 이분께서 자기 동기생의 일화를 이야기 해줍니다. 남자 동기생은 초등학교를 졸업도 하지 못했는가 봅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산으로 나와 험한 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시내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주인에게 깊이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식당 주인의 귀한 외동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습니다. 결혼 직후 장인 어른께서 횟집을 열어준 모양입니다. 그만큼 사위를 믿고 지원해 준 것이지요.


학벌은 초라할지 모르나 이 남자 동기생의 장사 수완이 대단했답니다. 예를 들면, 식당에 납품되는 식자재 회사 직원들이 납품 차 들어오면 차 넘버를 외어두었다가 다음에 왔을 때 횟집에 있는 커다란 광어나 돔 등 눈이 껌벅 껌벅 하는 신선한 횟감 고기를 선물로 실어주었습니다. 광어나 돔 등 큰 고기도 원가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하네요. 그렇게 싱싱한 물고기를 선물받은 식품 납품 직원들이 돌아가서 다른 직원들에게 홍보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 회사들 직원이 단체 회식을 이 남자 동기생 횟집에서 많이 했습니다. 마케팅 실력이 빼어난 것이지요. 이야기를 한참 들려주는 여자 선배님께서,


"재능이나 지혜는 꼭 학벌을 따라가는 거 아닌 같아예. 그 동기는 정말 잘 살거든요. 지금이야 건물도 소유한 진짜 부자거든요."


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시골 마을 어버이날이 되면 그 남자 동기생이 아예 횟차를 가져가서 시골 마을 어르신들 전체에게 싱싱한 생선회를 풍성하게 내놓고 대접한답니다. 그것도 자주 자주 했답니다. 동창회가 열리면 거액의 찬조금을 여러 차례 내놓아 동기생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답니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할 테지요.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학벌 같은 외형적 조건보다 재능, 지혜 같은 실질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좋고, 유명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우리 사회 생활에 유리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저 학벌에 의존하고 그것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겠지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학벌주의 사고 방식이 조금은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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