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Aug 24. 2023

나이가 들면 무조건 걸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몸과 마음이 귀차니즘에 쉽게 빠집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심지어 밥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다는 분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바깥 출입을 안 하려 하고 그냥 마루나 침대에 누워 TV나 보면서 집안에 처 박혀 하루 종일 정말 무의미하고, 무료하게,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게 됩니다. 편안하니 움직이는 것도 싫어지지요. 이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랍니다. 바로 자신의 문제입니다. 누굴 원망도 할 수 없지요. 그렇게 한번 방안에서 머물기 시작하면 외출할 일도 점차 줄어들고 그것이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집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걷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걸을 때는 두 다리를 11자 형태로 곧은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도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곤란합니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으면 온몸이 비틀어집니다. 정말 보기 흉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어느 동료는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함께 걸을 때 유심히 보니까. 두 주먹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리는 8자 걸음이요, 눈은 거의 바닥을 향해 걸어가더군요. 정말 보기 싫었지만, 충고를 해주기도 뭣했지요. 눈의 시선은 상방 15도 저 멀리 앞쪽을 향하고, 항문 괄약근에 가급적 힘을 주어 허리 부분과 등이 곧아야 합니다. 특히 걷기 힘들다고 머리를 숙여 땅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희한하게도 한번 앞으로 숙여진 머리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좀 힘들더라도 의식으로 머리를 들고 상방 15도의 시선과 함께 두 팔을 힘차게 흔들기를 권합니다. 


하루에 만 보를 걷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권하지만 꼭 만 보를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퇴직 후엔 매일 만 보를 채우려 걸었는데, 생각보다 만 보 채우기가 쉽지 않더군요.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략 6~7천 보는 필히 걸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걷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렇다고 무리하게 비탈진 길을 강요하진 않습니다. 평지라도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는 여유도 괜찮습니다. 파워 워킹을 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파워 워킹을 반드시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본인이 하고픈 생각이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요. 


꾸준히 걸어보니 종아리가 통통하니 올라오데요. 근육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저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장하여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서 지금도 걷는 것에는 이력이 나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걷다가 길가에 있는 각종 식물들을 찬찬히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느 자료에 보니까 걸으면 심장병 예방에 특효라네요. 어디 심장병에만 그럴까요. 우리 온몸을 건강하게 해주지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걷기는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걷는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집안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도 보름달이 두둥실 뜨는 밤에 집을 나와서 한번 걸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집니다. 게다가 가을 청량한 바람까지 대동하여 걸어가보면 우리네 삶이 저절로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지금은 도시에서 생활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시골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보름달 아래서 길게 나 있는 들길을 꼭 걸어보고 싶습니다. 사람마다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걸으면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걷기를 실행할 생각입니다. 


걸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평소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휙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걷기를 하다가 지인을 만나면 진짜로 반갑더군요. 걷기에 무슨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지인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길가 매점에서 음료수라도 사서 벤치에 앉아 나눠 마시는 기쁨도 괜찮습니다. 


오랜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 정답게 담소를 나누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둘이서 가볍게 입고 나란히 길을 한번 걸어 보세요. 그 즐거움은 해보지 않으면 실감하지 못한답니다. 친구 얼굴이 갑자기 새로 좋아 보이고, 우정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걷고 나서 평상에 마주 앉아 막걸리라도 나눠 마시면 세상 최고의 행목이 돌 걸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집밖으로 나와서 걸어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 지금 이 나이에 뭘 배운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