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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ug 25. 2023

나이가 들면 배우자가 최고다

남편, 아내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

세상살이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굴까요?


자식들 당연히 소중하지요. 친척, 동창, 친구 등등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내가 당장 아프거나 불편하면 누가 가장 먼저 내곁으로 와서 가장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줄까요? 이렇게 나이가 들어보니 뭐니 뭐니 해도 아내입니다. 긴 긴 결혼 생활 우리는 1988년에 결혼했으니 올해 35주년이 됩니다. 부부 싸움 중에 이혼이란 말도 나오기도 했고, 심각한 언쟁도 벌이기도 했지요. 20대 30대 즈음엔 부부싸움을 꽤 했지요.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저와 아내 서로 자기가 참았노라고, 그래서 부부싸움이 심하지 않았던 것은 모두 자기 공이라고 주장합니다. 참 부질없는 주장들이지요. 그런데 그것도 50대 중반 무렵부터는 부부 싸움이 사라지는 것 같더군요. 물론 아내는 저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지금은 퇴직하고 나서는 부부싸움을 하고 싶어도 체력이 안 되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ㅎㅎ.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생각해 보니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은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역시 아내입니다. 인생의 진짜 도반이지요. 그래서 아내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봅니다. 결혼 후 늘 이런 마음을 가졌던 것은 아님을 솔직하게 밝힙니다. 그런 미안한 마음에 3년째 코로나 접종 후유증을 앓고 고생하고 있는 아내를 미흡하나마 케어하고 있는 제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아내에게 보답하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 아내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저에 대한 할말을 해보라고 하면 불만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보면 남에게는 그렇게도 친절하고 살가운데 정작 자기 가족, 특히 배우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하게 됩니다. 물론 집에 가면 잘 대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밖에서 그렇게 부인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집에 간다고 해서 살갑고 친절할 수 있을까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심각하지요. 특히 남들에게 아주 이해심도 많고 포용력이 많은 듯 보이지만, 정작 아내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이든 잘 잘못을 따지는 사람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부인이 한숨 섞인 하소연을 털어 놓는 바람에 실상을 알았지요. 그렇다고 해도 남의 부부 사정에 끼어들어 무슨 말을 해줄 일은 아니어서 그냥 듣기만 하였지요. 다만 함께 가서 들은 아내랑 '우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을 뿐입니다.


언젠가 TV에서 유명 강사님의 특강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사회 사업이나 자원봉사 활동 등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할까 궁금하지 않나요. 진짜 그분들이 사회에서 비치는 이미지처럼 가정 내에서도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까요. 제가 아는 어느 분도, 여기서 그 이름을 밝히면 여러분도 대부분 아시는 사람이지만, 외부에 비친 것과 달리 가정 내에서는 아주 문제 많더군요. 저도 조심합니다만 여러분도 남을 대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살갑게 대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가족에게 세상에서 최고로 친절하고 편안하게 해주세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껏 살아보니 역시 세상에서 최고로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은 결혼 35주년 째를 함께 맞이하는 아내입니다. 둘 사이의 대화가 늘 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떨 땐 불편한 대화가 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가 몸이라도 좋지 않으면 우리 둘만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해 줍니다. 아이들 3남매 지극정성으로 우리에게 잘 해주지만, 늘 집 밖에 지내고 있어서 나이든 부부와는 거리감이 있지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바로 곁에 있는 가족, 특히 배우자에게 정말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값이면 부드럽고 친절한 말을 건네고, 진심으로 아껴주고, 살갑게 대해주고 늘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제나라 명재상 안영(晏嬰)은 간언(諫言)을 아주 유연하고 적절하게 전개하여 군주 세 명을 한 마음으로 보좌한 인물로 유명하다. 제영공, 제장공, 제경공인데 그중 제경공에게 훌륭한 간언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안자춘추(晏子春秋)에는 제경공과의 대화가 많이 나온다. 


어느 날 제경공(齊景公)은 안영의 집으로 행차했다. 안영의 아내가 직접 나와서 음식상을 준비했다. 제경공이 그 아내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저 여인이 경(卿)의 아내인가?" 

"그렇사옵니다."

 

제경공(齊景公)이 웃으며 말했다.  

"너무 늙고 못났도다. 공실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많으니 과인이 그대에게 공녀 한 명을 내리겠소." 

안영(晏嬰)이 대답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시집오는 것은 후일 늙어서 보기 싫게 되더라도 버리지 말아달라는 부탁과 믿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臣)의 아내가 비록 늙고 보기 싫으나 신은 이미 아내로부터 그런 부탁과 믿음을 받았습니다. 어찌 이제 와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아내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제경공(齊景公)은 얼굴을 붉히며 감탄했다. 

"그대은 충신이오. 늙은 아내를 버리지 않는데, 하물며 임금을 버리겠는가." 

제경공(齊景公)과 안영(晏嬰)의 사이는 흡사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과의 관계인 듯했다.      


*위 제경공과 안영의 대화 내용은 송희재 블로그 열국지(68) 안영(晏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에서 발췌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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