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Apr 15. 2023

토요일 점심은 큰아들 표

큰아들 표 국수는 정말 맛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내 병원 정기 치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가급적 제가 아내를 태워 시내까지 3~40분 운행을 합니다. 아내가 병원에서 정기 물리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저는 외부에서 대기합니다. 벌써 5년이 넘어 갑니다. 그래도 최근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 10월 15일 코로나 2차 접종 후유증으로 119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오랜 세월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의 토요일 정기 물리 치료는 우리집에서 최우선 사항이지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면 아내의 표정이 매우 밝아집니다. 그리고 차안에서 환한 표정으로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냅니다. 대부분 제가 수용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저도 할말이 왜 없겠습니까만 그래도 환자가 우선이기에 그냥 들어주려 노력합니다.


토요일 낮 12시 가까이 되면 집에 있는 큰아들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어머니, 점심 식사 준비하려 하는데 국수가 어떨까요. 괜찮으실까요?"


저와 아내는 당연히 찬성입니다. 큰아들 요리 솜씨가 좋아서 풍부한 육수에 담아주는 국수 맛이 일품이지요. 요즘은 남자들이 요리를 잘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자식 자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설픈데, 큰아들이 일본 유학을 가서 2년 반 동안 공부했지만 정작 일본 대학 시험엔 실패하고 귀국하고 말았습니다. 그 2년 반 동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줄곧 했기에 요리 솜씨가 조금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요리 솜씨가 좋다고 자랑하려 하면 또 일본 대학 시험 실패 기억이 따라오기 때문에 짠합니다. 



아내가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여 3자 통화가 됩니다. 하지만 저야 많이 개입하지 않고 아내와 큰아들의 대화가 대부분입니다. 평소에도 저와 아내에게 워낙 살갑게 대해주고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다하는 큰아들이라 너무 고맙기만 합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우리 부부에게 큰소리로 대들어 본 적도 없는 큰아들이 벌써 3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큰아들, 딸, 막내아들 이렇게 3남매가 35,34,31세로 30대에 접어들었지요. 결혼을 했으면 하지만 그것도 아이들의 선택이자 결정에 따라야 하기에 조급증을 내거나 강요하진 않습니다. 대신에 집에 함께 지내면서 토요일 점심 식사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행복을 맛보게 해줍니다. 막내아들은 멀리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혼자 지내고 있어서 자주 못 보네요.


풍부하게 우러낸 육수에 국수 맛이 일품입니다. 이렇게 매주 토요일 점심은 큰아들표 요리를 맛보게 됩니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요. 우리 부부가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면 큰아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합니다. 아내의 병원 정기 치료가 답답하고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차도가 있고, 큰아들표 점심 식사가 기다려지는 토요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외거불피구(外擧不避仇) 내거불피친(內擧不避親)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