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인께서 24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답니다.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걸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었더니 장기간 멀리 멀리 여행가신다면서 괜히 자랑하는 것 같아 좀 그렇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디 단체 톡에 사진이라도 올리려고 마음 먹었다가 망설이는 이유는 행여 다른 이에게 자랑으로 보일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그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분이 늘 편안한 분이라 그런 자랑 많이 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여전히 조심스럽기는 하겠지요. 잘 다녀오시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여행 가는 것도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되지요. 노년 세대에게 여행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활동에 돈, 시간, 건강 3박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이중에 하나라도 미흡하면 나설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요. 나아가 주위 가족 관계나 집안 사정도 중요합니다. 설령 그런 것이 대충 갖춰졌다고 해도 또 망설여지는 것이 장기간 해외여행입니다.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즉시 떠나라고 권합니다. 저는 그렇게 장기간 해외 여행을 갈 형편이 안 되지만 주위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을 보면 적극적으로 권유합니다. 우리 나이에 앞으로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요. 있다고 해도 집을 나설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한 살이라도 젊은 날 자기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여행을 떠나라."
나이가 들어 주위 사람들을 세세히 살펴 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노후 삶에도 빈부격차가 정말 심하게 느껴집니다. 노년 세대의 나날에도 참으로 그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경제적 여유를 누리면서 풍요로운 삶을 마음껏 즐기며 하루 하루를 진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궁핍한 노후 생활에서 나날을 겨우 견디며 힘겹게 보내는 이도 많습니다. 더욱 심한 경우는 하루 종일 요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며 누워 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지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몸조차 따라주지 않는다면 노후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젊은 날엔 몸이 건강하여 웬만한 상황은 쉽게 이겨내었습니다. 물질적으로 조금 미흡해도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지요. 하지만 노년세대의 삶은 그런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 자랑 하나 할까요. 주위 사람들이 저를 좋게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청(傾聽)'이랍니다. 제가 생각해도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 자랑이라면 자랑일까요. 특히 나이 드신 노년 세대와 대화를 나눌 때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그리도 그분들의 자랑도 들어주면서 리엑션을 크게 합니다. 그러면 더욱 신나서 더 자랑합니다.
해외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을 많이 보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대신에 그 사진을 제 글쓰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미리 신고합니다. 그러면 win-win이 되겠지요. 지금도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프랑스 그렇게 4개국 2개월 간 여행 중인 지인이 있습니다. 카톡으로 전화를 걸면 자신도 모르게 정말 신나게 현지 상황을 들려줍니다. 시차가 7~8시간 되니까 여기 밤 8시쯤 되면 유럽은 한낮이더군요. 제 인생에 유럽이나 남미 등 해외 여행을 갈 기회가 거의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지인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서 간접 체험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그 지인도 자기 여행하는 사진을 이렇게 보내 자랑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저라도 그 자랑을 들어줄 테니 마음껏 해보라고 말했더니 "여기는 스위스 융플라우"라고 자랑합니다.
사람들이 어디 가서 자랑을 하고 싶은데 그 자랑을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주는 이가 별로 없지요. 하기야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어디 안부 전화도 잘 안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연말 카드도 많이 보내곤 했는데, 이젠 휴대폰으로 안부 문자 정도로 대체하게 됩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자랑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제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인 '시니어 행복 만들기'에서 노년 세대들 그분들의 자랑을 들어주면 더욱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랑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으면 그대로 병이 됩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마음껏 자랑을 할 수 있도록 해드리면 엄청난 행복이 됩니다. 마음껏 자랑할 수 있도록 장(場)을 만들어 주는 것 정말 대단한 역할이지요.
저도 갑자기 장기간 해외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만 현실이 제 발목을 꼭 붙잡고 놓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