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야간 당직하는 아파트 경비원 위로
어제 추석날 깊은 밤 집을 나서서 잠깐 산책을 하였습니다. 큰아들과 막내 아들은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그들끼리만 통하는 컴퓨터 게임에 빠졌고, 딸 아이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네요. 아내는 안방에서 TV 드라마나 스포츠를 본다고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ㅎㅎ.
저 혼자 거실에서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어보다가 잠시 밖으로 나온 것이지요. 달밤 참으로 밝고 환합니다. 그렇게 아파트 주차장을 걸어가다가 문득 이 시간에도 경비원 한 분은 근무하시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경비실로 향했지요. 역시나 그러네요.
70대 중반의 할아버지 경비원께서 혼자 경비실을 지키고 계시다가 아주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넸지요.
"추석 날 밤에 이렇게 야간 근무를 하시니 어떻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 재롱을 보면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셔야 하는데, 우리 아파트 경비하신다고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러자 그분께서
"어데예? 지금은 여기 나오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이 나이에 저를 써주는 데가 어디 있습니꺼? 인자 가라 캐도 어디 가서 일할 데가 마땅찮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이 시간에 오셔서 저를 생각하는 말씀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더."
이런 말을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경비원 할아버지께서 말씀이 갑자기 빨라지고 많아지십니다. TV엔 자연인이다라느 프로가 상영됙고 있었습니다. 이분께서도 저렇게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젠 그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면서 크게 웃으십니다. 그리고 무슨 하고픈 말이 그리 많으신지 말씀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경비원들 연령 문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면서
"그래도 우리 나이 많은 사람들 편에 서서 우리들 안 짤리게 나서 힘을 주시가~ 정말 고맙심더. 저뿐만 아니라 우리 경비원 전체가 샘께 고마운 마음 갖고 게실낍니다. 그라고 샘께선 착한 마음을 갖고 게셔서 앞으로 복 많이 받으실 낍니더. 어려운 이웃을 챙겨주신다는 기 얼마나 귀찮은 깁니꺼?"
잠깐 위로 겸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러 왔다가 또 그 이야기를 하시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듣게 되네요. 이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앞으로도 주위에서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더욱 헤아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추석 날 밤에 가족들과 둘러 앉아 재미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안타까움을 위로해 드리러 갔는데 말이지요. 갖고 간 비스킷을 내놓습니다. 그것만으로 아무래도 부족하여 다시 수퍼에 가서 사모님과 두 분이서 드실 고소한 김 세트를 좀 사서 다시 드리고 돌아옵니다. 그분께서 제 등 뒤로 너무 크게
"우짜든동 잘 묵겠심더. 늘 고맙심더."라고 감사 인사를 하십니다. 주차장을 오가던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셔서 오히려 쑥스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그 많은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시설을 지키시느라 추석 달밤에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기쁨을 누리시지 못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요.
그래도 그분들은 일을 하시고 임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하루 하루 힘겹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추석 명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어려운 가족들 사연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가끔은 주위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을 이해해 주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베풀어 주었으면 싶습니다. 그런 것이 추석 명절의 의미가 아닐까요. 나 혼자 우리 가족만 즐겁고 흥겨우면 그건 좀 아쉽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