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까

by 길엽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온 세상이 환해집니다. 눈을 뜨면 늘 맞이하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좀더 기대가 됩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듯하네요. 오전엔 출판사에서 한 번 수정하여 보내준 원고를 제가 재수정하는 작업을 조금하고 점심 때는 지역 학교밖 청소년 대입수능지도 자원봉사활동 관계자들과 간담회 그리고 오후엔 색소폰 연습 집으로 돌아오면 며칠 전 나고야 방문(2023. 10.20~22)할 때 나고야 역 근처 JUNKUDO 책방에서 샀던 東浩紀의 <교정하는 힘> 일본어 원서를 몇 체이지씩 읽으려 합니다. 하루가 좀 바쁘네요. 일부러 이렇게 일정을 짠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오늘 하루가 빡빡하게 느껴집니다. 주위 사람들이 저에게 퇴직 후에 더 바쁜 것 같다면서 노후 세대의 명언을 들려줍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말입니다.


결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아침 해가 환하게 떠오르면서 하루을 활기차게 시작하고픈 마음밖에 없지요. 매일 루틴이 된 아내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KakaoTalk_20231025_101750189_05.jpg 전복죽과 해독 주스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렇게 데워서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쌀밥을 온전히 먹지 못하는 상태인데 요즘 많이 나아졌지요.
KakaoTalk_20231025_101750189_03.jpg
KakaoTalk_20231025_101750189_02.jpg 병원 처방 약 먹기에 쉽도록 물을 끓여 찬물과 적당히 섞어야 합니다. 냉동실에 있던 타월도 해동하여 아내 이마에 올리고



아내 출근길 잠깐 태워주고 돌아오는데 70대 아파트 경비원께서 반갑게 맞아줍니다. 저와 정이 많이 들어서 서로 서로 살갑게 대하는 편입니다. 절은 시절 사업을 하시다가 부도를 맞아서 노년이 참 고달플 뻔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우리 아파트에서 좋은 사람들과 근무하게 되었다면 늘 감사해 하십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십니다. 연세가 많아도 주민들이 딴 곳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로 성실하신 분입니다. 본인께선 나이 많은 당신을 계속 고용해 주어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지요. 서로 서로 좋은 인연인 듯합니다.


색소폰 몇 곡 부를 수 있느냐고 지인들이 많이 물어옵니다. 아직도 '도레미~'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까 색소폰이 그렇게 어렵냐고 말하더군요. 제가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대답했더니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다니는 색소폰 학원에서 가장 진도가 늦은 사람이 바로 저니까 거짓말이 아니지요. 그래도 여유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하려고 합니다. 좀더 절박하고 열심히 연습해야 하는데, 그렇게 무리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니까 진도가 제대로 안 나가는 거겠지요.


노인정에 들러 '연양갱'을 드리려고 했더니 우리 아파트 노인 분들은 아직 출근 전이고 타 아파트 거주하시는 분들 두 분이서 아침부터 노인정 청소를 하시네요. 노인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와 계시는가 봅니다. 한 분은 전남 고흥 나로도에서 오신 분이고 또 한 분은 경남 합천 출신이라고 하시네요. 그리도 잠깐 이지만 당신들의 지난 삶을 들려 주십니다. 젊을 때 다들 한 가락 했던 분들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보니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인제는 자식에게 기댈 생각도 하지 말고 오직 내 몸만 생각헤서 건강하셔야 해요.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셔야 이렇게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하여 소액이지만 임금도 받고 운동도 되는 것이지요. 두 분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젊은 시절 이야기는 그냥 추억으로만 돌리시고 지금 현재 삶에 건강하고 즐겁게 사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두 분께선 정말 멋지게 사시고 계신 겁니다."


두 분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십니다. 제 솔직한 심정을 전했지요. 노인일자리 사업 진짜 훌륭한 정책입니다. 집 밖으로 나와 동년배들과 어울려 함께 일하고 식사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이 활동이 노년 세대의 삶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 모릅니다. 이런 정책은 더욱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akaoTalk_20231025_101750189.jpg 일본어 공부를 30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일본어 원서를 줄줄 읽어가지 못하고 이렇게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 하네요.


집으로 잠깐 돌아와 책상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제 노후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에게 기댈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저 또한 보람을 느끼는 삶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어쩌다 젊은 세대들이 뭔가 물어오면 제 미흡한 지식이나마 동원하여 그들에게 알려주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