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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pr 20. 2023

너그럽게 대하고 따뜻하게 말하라

가끔 모임에 가면 유난히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잠깐만", "그게 아니고", "그런데" 등등의 어휘가 습관이 되어 사람들의 대화를 끊어 버린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흥분하여 자신 이야기만 그렇게 긴 시간 늘어놓는다.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곁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다 다른 사람이 한 마디 하면 그에 대해 참으로 무참하게 내뱉는다. 


사람들은 그런 이가 곁에 있으면 피할지언정 그 사람과 언쟁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판이 돌면 자연스럽게 버림을 받게 된다. 어디에 가서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적에는 가급적 만면에 미소를 가득히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그에 따라 말하는 사람도 저절로 즐겁고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렇게 단순한 사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따뜻하고 잔잔한 미소로 대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주위는 한결 밝은 분위기가 된다. 실제로 사람들이 모이면 정해진 시간에 말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말을 서로 하려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도 여유로운 사람은 그냥 한두 마디 정도 가볍게 던지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준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 마음도 편해진다. 수십 명이 모여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새 삼삼오오 그룹으로 나누어지고, 모임에서 한 마디도 나누지 못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어디선가 보긴 했지만, 대화를 하지 않아 데면데면하게 된다. 


어쨌든 어떤 상황이든 만면에 미소 띤 얼굴을 한 사람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설령 그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해도 모임에서 얼굴만 보아도 기억이 생생하게 각인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여유로운 사람은 대부분 누군가를 만나면 


-너그럽게 대하고 따뜻하게 말한다-


그리고 뭔가 한 마디 부탁하면 다양한 경험이나 풍부한 독서에서 나온 깊은 역량을 보여주며 촌철살인을 전해준다. 짧은 말 한 마디에도 우주를 관통하는 삶의 진리를 전해주는 경우가 꽤 많았다. 자기 혼자 화제를 독점하고 큰소리로 쉽게 흥분하는 사람은 그 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만큰 아주 사소한 것을 내뱉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단정적으로 함부로 평가한다. 그 말이 돌아 돌아 당사자에게 들어가면 실로 엄청난 후폭풍이 올 수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어쩌다 그 말을 듣게 된 당사자가 항의하면 최초에 그 말을 뱉은 사람이 더 큰소리로 흥분하는 꼴이란!


그리고 늘 여유로운 미소를 띤 사람이 잘 쓰는 말은


"있제",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렇지", "참 멋지네"


등이다. 누가 뭐라고 했을 때 가만히 듣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한 마디라 하라고 권하면 그제서야 

"있제, 내가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거든~"으로 시작하는 식이다. 그 말이 대부분 1분을 넘기지 않는다. 동석한 사람이 좀더 이야기하라고 재촉하면 

"아이고, 되었네. 자꾸 말이 길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피곤해지는 거야."라고 마무리짓는다. 


그렇게 별말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면 여유로운 미소로 간결하게 말했던 사람의 모습이 가장 생생하게 생각난다. 다음에 만나도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미소 가득하고 늘 여유 있는 얼굴로 주위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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