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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pr 20. 2023

비오는 날이면 밀양 수산 강변으로 가려 합니다.

강가 찻집에 앉아 떨어지는 빗물을 바라보면서 추억에 잠기렵니다.

참으로 시간이 빨리 흘러갑니다. 지난 겨울에는 벚꽃피는 봄날에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석양이 떨어지는 평상에 둘러 앉아 막걸리 술잔이라도 나누는 꿈을 꾸었는데, 순식간에 저만치 사라져 가버렸습니다. 누구 누구를 부를 것인가도 대충 정해 놓았는데, 막상 한 주가 시작되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겨 정신없이 바빴지요. 


다음 주 중에 비오는 날이면 차를 운전하여 밀양 수산 제가 자주 찾는 허름한 강변 찻집에 가려 합니다. 노부부가 만들어 주는 블루베리 차를 탁자에 올려 놓고 창문 너머 녹색 들판을 멀리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려 합니다. 아내가 지금처럼 건강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 않았던 때는 둘이서 토요일이면 '무계획 무목적 무작정' 여행을 떠났습니다. 토요일 아침 간단히 먹을 것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여 출발해서 저녁해가 지는 때엔 그곳이 그냥 숙박지가 되었습니다. 


토요일 밤이라 사전 예약이 없으면 숙박비도 상당히 비쌌지만, 그래도 기꺼이 하룻밤을 묵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어 좋았습니다. 아내가 함께 가주어 고맙다는 뜻에서 봉투에 현금을 좀 많이 넣어 감사 인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두 손을 살짝 벌리면서 '봉투 봉투 열렸네.'하며 환한 웃음으로 대해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밀양 수산을 가려면 본포생태공원을 지나가야 하는데, 몇 번이가 갔기에 식상할 것 같았지만 갈 때마다 좋았습니다. 둘이서 차를 세워놓고 강변 수양버들 사이로 걸었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아내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더 회복되면 그 길을 둘이서 다정하게 걷고 싶은데 그날이 조금이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 비가 오는 날이면 혼자라도 다녀오려 합니다. 제 고향 마을 낙동강변과 너무나 흡사한 곳이라 더 가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고향 마을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에 그 대신에 수산 강변 찻집을 찾으려 하는 것이지요. 찻집을 조금 지나면 휘돌아가는 강물과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그곳이 나루터였던 모양입니다.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으며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라도 잡아두고 싶습니다. 아무리 삶이 바쁘더라도 가끔은 여유를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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