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늘 시내 게스트하우스에서 금 토 일 월 3박 4일간 아르바이트 하는 큰아들이 토요일 오후에 불쑥 집에 왔네요. 현관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리기에 딸 아이는 집에 있고, 큰아들은 시내에 있으니 아마도 막내아들이 경기도에서 서프라이즈로 오는가 보다 했는데, 큰아들이 불쑥 들어오네요. 예전에 토요일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갈 적에는 토요일 낮 점심식사로 국수 육수를 풍부하고 맛있게 만들어서 저와 아내를 기쁘게 해주었지요.
토요일 오전마다 시내 병원 정기 물리 치료를 받으러 가는 아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집에 있던 큰아들이 전화를 걸어왔었습니다. 국수를 준비하고 있는데 언제쯤 집에 도착하는지, 적당한 시간을 물어 보는 것이지요. 큰아들의 전화를 받는 아내의 목소리가 유난히 커집니다. 늘 그렇게 토요일 점심을 큰아들이 준비해 주는 맛난 국수라서 우리 부부가 은근히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큰아들이 금요일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가버리고 주중에도 무슨 바쁜 일이 그리 많은지 집에 아주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이 꽤 생겨서 이젠 집에 오는 날이 뜸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큰아들이 집에 안 들어오면 괜히 서운해 하면서 저로 하여금 한 마디 하라고 슬쩍 부추깁니다. 그러면 제가 펄쩍 뜁니다.
"큰아들이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인데, 그리고 결혼도 안 한 총각이 주중에 집에 안 들어온다고 뭐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큰아~가 무슨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고 부모에게 저렇게 지극정성 효도를 하는데 그깟 며칠 집에 안 들어 온다고 잔소리를 한다! 그건 아닌 것 같아. 당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우리 큰 아~처럼 부모에게 잘 하는 아들 좀처럼 없다 아이가. 그냥 못 본척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
아내는 그래도 못내 서운한 모양압니다. 이젠 집을 떠나 혼자서 독립하여 생활할 나이임에도 슬하에서 떠나는 것이 싫은 걸까요. 가끔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큰아들 저렇게 집에 자주 안 들어올 것 같으면 그냥 어디 전세라도 얻어서 나가라고. 그렇지만 아내도 정작 큰아들 얼굴을 보면 그런 말을 언제 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표정이 급 환해집니다. 역시 모자 사이는 하늘이 내린 천륜인 것 같습니다. 큰아들이 퇴근하여 아내에게 곧장 가서 "어머니 다녀 왔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면 아내가 갑자기 행복해 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저리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딴소리하는 것도 제가 충분히 이해하지요. 큰아들은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큰아들과 대화를 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지요. 큰아들과 대화 시간은 매우 짧지만 저와 아내를 대하는 말과 행동은 진짜 효자입니다.
요 며칠 간 집에 들어오지 않던 큰아들이 갑자기 주말에 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불쑥 들어와서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물어 보는 것이 "어디 아픈 데는 없나, 무슨 일이 생겼나?"입니다. 둘 다 문제가 없는 모양입니다. 주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근무를 며칠 했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 집에서 지내게 되었답니다. 큰아들이 부엌 싱크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맛난 국수를 오랜만에 준비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는 제 마음도 괜히 즐거워집니다. 싱크대에서 육수룰 준비하던 큰아들디 갑자기 저를 보고 말합니다.
"아버지 오늘 기분이 아주 좋으신 모양이네요. 뭔가 좋은 일이 있었나요? 하긴 아버지께서 늘 즐겁게 웃으시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네요. 좋은 일 있었을까요?"
그래서 제가 말했지요.
"딴 기 있나. 큰아들이 토요일 이렇게 오이 좋아서 그렇지 진짜 무슨 일이 있는 거는 아니제?"
요즘 캥거루족이니 뭐니 하면서 MZ세대들이 부모 슬하를 떠나지 않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언론에 많이 나오지만 저와 아내는 오히려 아이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이 결혼하여 집을 떠날 때는 당연히 보내야 하겠지요. 큰아들이 국수를 준비하면서 저를 보고 한 마디 아내 보고 또 한 마디 하면서 은근슬쩍 분위기를 만드네요. 그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아내도 큰아들이 국수를 준비하는 소리를 듣고 괜히 좋아합니다.
"나도 국수 먹을 끼다. 맛있게 먹을 끼다."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나무들이 봄을 맞이할 준비로 바짝 기운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무 가지에서도 새 가지가 깨끗하게 하늘을 향애, 대지를 향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름다운 봄날 세상 만물이 생생하게 피어나는 춘삼월이 되면 꽃이 가득 가득 피어 있는 시골 산골 마을을 달려가려 합니다. 꽃 소식을 기다리면서 겨울 끝 무렵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