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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Apr 26. 2023

당신 옷 정말 잘 어울리네

아내가 아침 출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는데, 화사한 봄날에 맞게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하기에 제가 한 마디 건넸지요. 


"당신 옷 정말 잘 어울리네. 그림이 귀엽기도 하고."


그러자 아내가 답합니다. 


"내한테 안 어울리는 옷이 어디 있노. 입기만 하면 다 이쁘다 아이가. 당신이 사주기만 하면 되지. 아니지 당신이 돈만 주면 되지. ㅎㅎ"


조만간 아내에게 돈을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ㅋㅋ. 


어제는 비도 내려 쌀쌀했는데, 오늘은 차에 올라 타니 그야말로 화사한 봄날 햇빛이 우릴 반겨줍니다. 아내 표정이 한결 환합니다. 평소에 수다를 떠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은 조금 말이 많습니다. 근무지 동료가 어떻게 하더라고 알려 줍니다. 잘 해주는 사람도 있고, 얄미운 사람도 있다네요. 하기에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 아닐까요. 초등학생도 아니고 저에게 마구 일러바칩니다. 그래도 아내의 건강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듯하며 아침 출근길이 어제보다 훨씬 즐겁습니다. 



제가 일전에 썼던 글 중의 에피소드를 말했지요. 


"있잖아. 1980년 8월 8일 난생 처음 친구들과 단체로 가출하여 부산까지 비둘기 타고 왔을 때 일 이야기 해줬제. 그때 파출소 경찰이 우리들 신분을 물어봤을 때 대학생인 것을 밝히지 않으려고 농사짓다가 왔습니다 라고 답했거든. 그런데 경찰이 나에게 더 이상 묻지 않더라. 그기 더 마음이 안 좋더라. 아무리 봐도 대학생으로 안 보인 듯해서."


그 말을 듣고 아내가 빵 터집니다.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냥 웃기만 합니다. 아내도 그 옛날 그 경찰과 같은 심정인가 봅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내가 사무실 앞에 내려 걸어갑니다. 제가 차문을 열고 다시 말했지요. 


"저녁 5시 30분에 차량 대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옷 정말 잘 어울리네."


아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면서 사무실 현관문을 밀고 들어갑니다. 아내가 아침 출근길에 입고 간 옷이 알고 보니 딸 아이가 몇 년 전에 사서 넣어두고 한번도 입지 않았다네요. 아내 옷 중에 좀 괜찮은 것이 있으면 딸 아이가 먼저 출근하며 허락도 안 받고 입고 갈 때는 보기가 좀 그랬는데, 이젠 딸 아이 옷을 아내가 입고 갔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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