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인생은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말을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학창시절의 서툰 열정도, 사업의 성공과 실패라는 희비극도, 그 과정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모두 기억의 강물에 잔잔한 물결이 되어 흘러간다. 글을 쓰면서 나는 흘러간 세월을 되돌아보는 조용한 성찰의 시간에 들어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삶은 늘 예정된 궤도를 벗어나며 흘러간다는 것을.
스무 살 청춘의 나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며 확신에 차 있었다. 이십대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삼십대에는 사업을 성공시켜 안정된 삶을 살리라는 막연한 청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계획서를 종이비행기처럼 구겨서 던져버렸다. 첫 번째 사업은 예상보다 빨리 무너졌고, 성공은 생각만큼 가까이 있지 않았다.
사업 실패라는 현실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인생의 무게를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고, 실패자라는 꼬리표가 어깨를 짓눌렀다. 빚더미에 앉아 절망에 빠진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았다. 사업 실패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는 것을. 무너진 사업 위에서 나는 오히려 더 단단한 나를 발견했다.
헤르만 헤세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고 했다. 성공에 대한 환상이라는 껍데기를 깨고 나온 나는 비로소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던 모습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글을 쓰게 되었고, 글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글을 쓰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 삶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암 투병 중인 할머니가 손자에게 남기는 편지, 오십 년 해로한 부부의 평범한 일상, 사업에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선 중년 남자의 용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인생의 다양한 색깔을 보았다. 슬픔도 기쁨도 모두 삶의 일부이며, 그 모든 감정이 우리를 더 풍성한 존재로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자는 "삼십이립, 사십불혹"이라 했지만, 나는 사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 사랑의 법칙도, 성공의 공식도, 행복의 조건도 모두 명확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더 복잡하고 미묘한 곳임을 알게 되었다.
사업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시절에는 모든 사람이 내 아이디어에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진정한 성공은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스티브 잡스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모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 말이 이제야 와 닿는다.
사업 실패 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독과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는 적막함이 무서웠다. 집에 혼자 있으면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실패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하지만 점차 그 시간들이 소중해졌다. 고독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되었다. 연인들의 다정한 대화, 친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 혼자 책을 읽는 사람의 집중된 표정까지. 그 모든 장면들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드라마의 한 장면들이었다. 나도 그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하나였고, 내 이야기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들도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분들도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오히려 부모님을 더 사랑스럽게 만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변했다. 젊은 시절에는 흑과 백으로 나누어 생각했다.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명확히 구분지으려 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것들은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완전한 성공도, 완전한 실패도 없다.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삶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만남들, 뜻밖의 기회들, 예기치 않은 시련들이 모두 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 한 말처럼, 나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었다. 과거의 상처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치유받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글로 정리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독자들의 공감과 위로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생은 정말 예측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예상치 못한 변곡점들이 있기에 삶은 드라마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제 그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한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지.
오늘도 나는 빈 원고지 앞에 앉아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간다. 과거의 경험들이 잉크가 되어 펜 끝에서 흘러나온다.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 인생은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니체의 말이 이제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설렌다.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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