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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23. 2023

사람은 누구나 칭찬에 목마른 법

오늘 이 순간부터 누군가를 칭찬해 보세요. 갑자기 칭찬하려면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좀 그렇겠지만 주위 사람을 칭찬하려면 좀더 찬찬히 보게 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어디 고래만 그럴까요.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네 사람들은 칭찬에 더욱 목말라 있다는 겁니다. 가끔 굳이 낯뜨겁게 상대방을 칭찬하려니 스스로 불편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음 속으로만 상대방을 칭찬하고 말하지 않는 때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마음을 전혀 모릅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상대방을 칭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순간부터 상대방이 갑자기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허물'이 원래는 파충류, 곤충류 따위가 자라면서 벗는 껍질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허물은 인간이 ‘저지른 잘못’ 또는 ‘모자라는 점이나 결점’을 말하지요.그러기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없지요.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不責人小過

다른 사람의 비밀을 들추어내지 말며,          不發人陰私

남의 옛 잘못을 마음에 두지 말라.               不念人舊惡

이 세 가지로써 덕을 기르게 되고,               三者 可以養德

 또한 해코지를 멀리할 수 있다.                  亦可以遠害 


다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사람들을 만나면 칭찬보다는 남의 허물을 들어내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누군가의 허물을 들추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면 우선 그 순간은 쾌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치명적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그런 사람의 얼굴빛이 밝지 않습니다. 매사 부정적으로 보면서 사람들을 보는 것이 삐딱하니 좋을 리가 없지요. 얼굴 표정만 봐도 지금 어떤 상태인지 대부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심성이 곱고 너그러운 사람은 표정부터 편안하기 마련이지요. 



저희 아파트 1층에 백발 하얀 파파할머니가 홀로 사십니다. 거의 매일 만납니다. 하루는 제가 그분께


"정말 건강해지셨습니다. 얼굴이 진짜 좋으십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분이 갑자기 환하게 웃으시면서 

"아이고, 그래요. 진짜 고마워요. 요새 조금 좋긴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니. 이제 나이를 먹으니 하루 하루가 다른데 그런 말씀 해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실제로 처음 뵈었을 때보다 좋게 보여서 그렇게 말했지요. 그 할머니 매일 매일 화단에 여러 가지 꽃을 심으셨습니다.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아이구, 꽃 진짜 예쁘다. 애 많이 쓰셨네요."

 라고 칭찬해 주니 그 할머니 더욱 정성을 쏟습니다. 어떨 때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꽃 모종도 많이 심으셨습니다. 예전과 달리 그 할머니께선 주위 사람들과 환한 미소와 함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나눕니다. 저는 일전에 그분 건강 상태를 언급하여 좋게 얘기해 드린 것뿐이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아파트 같은 라인 주민들도 저처럼 그분께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 모양입니다. 그분은 그 말들을 듣고 기분이 한껏 좋아져 화단에 꽃을 많이 심게 되었고, 이웃 주민들과도 밝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지요.  


작년만 해도 그 할머니 표정이 조금은 어둡고 우울하게 보였는데 우리 주민들의 인사, 칭찬을 듣고 기분이 상당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직접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표정이 좋아지고 인사를 적극적으로 나누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를 보면서 반겨 주시더군요. 


그 할머니께 드린 말씀이 칭찬인지 조금은 애매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보인다는 말도 넓은 범위에선 칭찬으로 볼 수 있겠지요.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그 사람의 겉모습부터 찬찬히 살핍니다. 옷을 잘 입었어도 적절한 칭찬을 건넵니다. 그러면 상대방과 대화는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낯간지럽게 칭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칭찬하는 것도 요령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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