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를 소재로 한 '나의 완벽한 비서' 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누구보다 침착하고, 능력 있고, 상사의 마음을 척척 읽어내는 ‘완벽한 비서’ 캐릭터를 보게 됐습니다.
그 비서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대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사람만 있으면 걱정 없어.” “어떻게 그런 사람을 데려왔대요?”
그 순간, 헤드헌터로서 제 일에도 비슷한 장면이 많았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한 조직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인재, 경영자 곁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핵심 인물.
그런 사람을 찾는 게 바로 제 일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헤드헌터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인재를 소개해주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만 이야기한 것이고, 그 과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꽤 다릅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후보자의 경력과 성과뿐 아니라 말투, 질문 방식, 커뮤니케이션 태도까지 세밀히 봅니다.
기업의 조직문화, 리더십 스타일, 팀 내 갈등 여부까지 고려해
“이 사람과 이 회사가 진짜 맞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관찰력과 판단력이 요구됩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좋은 헤드헌터는 어떻게 구분해요?”
제 답은 간단합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
그리고 조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 합니다.
“연봉 얼마 원하세요?”만 묻는 헤드헌터는 그저 ‘중개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당신의 커리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커리어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우리는 의사나 변호사, 세무사와는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쌓아두려 합니다.
헤드헌터도 마찬가지일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당신을 오래 지켜봐주는 전문가 한 명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됩니다.
실제로, 3년 전 한 번 만났던 후보자가 몇 년 후 다시 연락을 주셔서
“그때 헤드헌터님 말이 맞았어요”라고 고백해주셨을 때, 전문가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헤드헌터는 누군가의 커리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방향을 바로잡는 나침반이 되기도 합니다.
단, 그 나침반이 정확히 작동하려면 타이밍과 신뢰가 필요합니다.
당장 떠나려 하지 않더라도, ‘방향’을 생각해보는 지금 이 순간이 아마도 가장 좋은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