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선 수필
아들내미가 4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 때까지 한시도 내 곁에서 떼어 놓은 적 없이 끼고 키웠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힘듦을 저울의 양쪽의 놓고 무게를 잰다면 아마도 수평을 이루지 않을까. 어린이집에 첫 등원을 하던 날, 뒤도 안 돌아보고 통학버스에 깡충깡충 올라타는 아들에게 서운함을 느낀 것도 잠시, 가까운 문화센터로 달려가 규방공예 클래스에 등록을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오전 시간, 오 년여 만에 갖게 된 자유시간,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소중하던지. 매일매일 나가서 뭔가 배우리라, 친구도 많이 사귀리라 했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바느질 클래스를 하고 집으로 와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만들다 보니, 남은 일주일이 바느질하다가 후딱 가벼려서 결국 바느질만 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렇게 오랜 기간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바느질에 꽂힌 몇몇이 모여서 바느질을 하기 위해 온다. 처음에 조그만 사각 보자기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꽃 바늘방석을 만들고 해가 지나 다들 이제는 발을 만들어 집 창문에 걸기도 하고 액자에 작품을 넣어 걸기도 하는 수준의 솜씨들이 되었다. 선물용 아이템은 웬만하면 직접 만들고 들고 다니는 가방도 바느질 해 만든다.
'꽃 바늘방석이 요렇게 한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도,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예쁘다고 보는 사람마다 달라고 한다.'는 하소연 겸 툴툴거림에 맞장구가 시끌시끌하고, '엊그제 밤 아기 재워 놓고 새벽까지 바느질 한 보자기가 삐뚤어졌다며 뜯어서 다시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늘어지고, 지난주 완성한 모시발을 식당 창에 걸었더니 너무너무 좋다고 이번에는 현관에 걸 것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호들갑, '맨날 이런 천 쪼가리 들고 다니며 뭐하냐' 던 남편이 완성해 걸어 놓은 보자기를 보더니 '다른 쪽 벽에도 하나 더 해서 걸면 좋겠다.' 했다는 뿌듯한 수다들이 작업실을 꽉 채운다.
그러는 동안 누구누구의 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누구의 딸내미는 중학생이 되었으며, 또 한 명은 둘째를 가지게 되어 만삭이 될 때까지 첫째 방에 놓아줄 조명등을 바느질하다가 애를 낳고 다시 복귀했다. 바쁜 생활을 쪼개어 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것저것 함께 바느질 해 만들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느지도 모르다가 허겁지겁 돌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의 배웅 인사는 언제나 운전 조심하라는 말이 되었다.
내일은 그녀들이 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