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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Sep 28. 2016

Flower Garden

손 바느질로 만든 그림

며칠 있으면 10월이 시작되는,  

여름이 끝나가는 9월 말.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이지만 이곳은 기온이 화씨 100도,  

섭씨로는 38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한창 여름인 7~8월 보다 더 더운 이 9월의 늦더위는

'인디언 서머' 라 부르는 캘리포니아의 기후의 특징.

이 인디언 서머가 지나가야

이곳은 비로소 가을이 시작된다.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햇볕이 눈부시다 못해

하얗게 부서지는 느낌에 현기증이 일만큼 아찔하고,  

창밖이 밝은 만큼,

반대로 실내는 어둠이 들어 차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느질을 하다보면

어느새 주위가 어둑해진다.  


어찌나 손이 많이 가는지,  

몇 달 동안 짬짬이 꽤 오랜 시간 원단을 접어 만들었던

여의문보.   

퀼트에도 같은 기법이 있어서 ‘성당 창문’이라 부른다.

가운데 동그란 문양이 보이게 배열해 만든 모양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만 하기도 하다.

  


원래는 같은 크기로 접은 여의문을

일정한 패턴으로 정렬해 만드는 보자기이지만

좀 다르게 하고 싶어서,

훤히 비치는 비단인 노방을

여러 가지 크기와 색깔로 접어

원단의 레이어에 따라

빛의 투과성이 달라지는 효과를 살려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가운데 동그란 모양도,

규칙적인 문양의 배열이 나타나는 맛도 없어져

여의문보의 기법만 있고 형태는 없어진

그런 보자기가 되었다.  


창에 걸으니 노방 특유의 반투명한 색감에

빛이 은은하게 비쳐 들고,

접어 겹쳐진 부분에서는 색이 진하게 도드라진다.


날씨도 날씨이지만,

내 눈에는 마치 잘 가꾼  꽃밭처럼 보여서

아직도 내 마음에는 여름이 끝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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