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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Feb 11. 2020

비사이로막가

응답하라 1968 - 놀이 편


비가 오면 빼빼 마른 사람은 직격탄이다. 


말라깽이면 다 비사이로막가라고 놀린다. 비 사이로 막 갈 정도로 빼빼 말랐다고. 남녀노소 구분 없다. 똥배 나온 사람을 부러워한다. 부자쯤 되어야 잘 먹어서 배가 나오니까. 우리나라가 북한보다, 필리핀보다 못 사니까. 


필리핀에서 주는 상은 나라의 자랑거리다. 나라에서, 학교에서 엄청나게 선전한다. 필리핀에 막사이사이상이라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이 상을 타러 비행기 타고 갔다고. 애들은 막상 막사이사이상이 무슨 상인지 몰랐다. 누가 받았는지도 모른다. 근데도 막사이사이상은 유명했다. 말이 재미있고 일본말 같아서이기도 하다. 그때부터인가 보다. 말장난이 시작된 게.    


처음엔 다들 재미로 떠들어댔다. 막사이사이상, 막사이사이상, 막사이사이상..... 언제부턴가 비사이로막가란 말이 돌았다. 나라에서, 학교에서 하도 선전해 대니 막사이사이가 애들 뇌리에 콱 박혔고, 누군가 한 사람이 비사이로막가를 생각해 냈을 테고, 막사이사이의 유명세를 타고 비슷한 비사이로막가가 입에서 입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갔을 터이다.


그리고 비사이로막가가 재미있으니까 다른 누군가가 도끼로이마까를 만들어낸다. 도끼로 이마를 깔 정도로 나쁜 일본 사람을 비하하는 뜻이 담긴 거. 이게 또 퍼지고 이어서 또 다른 누가 깐데또까, 그런 식으로 안깐데만골라까. 여하튼 이 말장난의 시작은 막사이사이상 같다.


막사이사이상 --> 비사이로막가 --> 도끼로이마까 --> 깐데또까 --> 안깐데만골라까. 


1968년경 꼬맹이 때. 그땐 그랬다.    






지금은   



비사이로막가. 칭찬이다. 적어도 여자에겐. 여자 모델 보면 다 비사이로막가.    


개그맨 유상무가 이런 말장난의 원리를 안다.


유상무 상무가...

유상무 상무가... 유상무 상무가...

유상무 상무가... 유상무 상무가... 유상무 상무가...


필리핀이 가난해져서 응답하라 1968 되었다.





잊히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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