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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Dec 31. 2023

외고 탈출 작전

8화. 실패로 본 성공 비법ㅡ서울대의대 편


(본 연재 브런치북 '실패로 본 성공 비법ㅡ서울대의대 편' 소개 글에 써두었다. 자랑 아니요, 그럴 나이 지났다고. 도움 되라고 귀한 보따리 푸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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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


나를 어디에 두느냐가 내 삶을 결정한다.


남 탓 마라.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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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반 만든다고 해서 입학한 외고. 아들. 전국 단위 모의고사서 백분위 99.97% 즉 전국 0.03% 이내. 오케이. 목표 서울대의대 노릴 만 하다. 허나 서울대의대가 어떤 데인가. 전국 탑 오브 더 탑 오브 더 탑. 고교 3년 외골수 공부해도 운이 따라야 하는 곳. 외고는 지뢰밭이었다



● 첫 지뢰ㅡ학생회장



외고 입학식서 입학생 대표로 맨앞에 선다. 성적, 체격, 인물 보고 학교가 지정. 몇 달 후 학생회장 1순위. 전교 1등이니까 당연시. 친구들에게도 인기. 문제는 1학년 대표 아니라 학생회장이라는 거. 신생 학교 첫 해라 선배가 없기에 3년 내내 학생회장 해야하는 거


나 대입 대실패 주요 원인 중 하나가 3학년 때 연대장 즉 학생회장 1년 한 거. 한 해도 망가지는데 3년. 공부 잘하면 으레 책임감 강하다. 맡은 일 철저. 공부에 방해 당연. 서울대의대가 목표인데 한 눈만 팔아도 탈락인데 열 눈 팔아야. 이걸 어쩌나. 기숙 학교, 휴대폰 금지라 소통 불가


편지를 쓴다. 정성껏. 핵심은 학생회장 하면 서울대의대  건너 간다는 거. 나 대입 대실패 사례 들어서 이유 조목조목 10여 개


아들. 하고 싶지만 포기하겠다고



● 두 번째 지뢰ㅡ여친



외고는 남녀 공학. 남녀 혼반. 남 1:여 다섯 비율. 여 초. 아들 공부짱, 몸짱, 성격짱. 자연 여학생들에게 인기 짱. 아니면 이상한 거. 게다가 공부하는 감옥. 갇혀서 낙이란 낙은 죄다 차단. 남친 여친은 당연한 거. 자습 시간에 둘이 짝한다. 복도에 졸음 방지 선 채 책상. 둘이서 복도 나가서 서서 공부


이거야 어쩌겠나. 걱정은 건물 밖. 밤 늦도록 자습, 그러다 기숙사 들어가 잔다. 건물 밖은 해 지면 새카만 칠흑. 사방팔방 연애질 하기 딱 좋다. 그러지 않길 바랄 뿐. 미리 주의 줄 수도 없지 않나. 가르쳐 주는 거. 불안 불안. 선 넘으면 미풍이 폭풍. 갈 데까지 갈 텐데. 누구든 이별 통보하면 광풍. 아니어도 애 가지면. 헌데 둘을 믿는 수 외엔 할 게 아무것 없다. 무려 3년. 언젠간 뭐라도 터질텐데. 그럼 서울대의대는커녕...



● 세 번째 지뢰ㅡ이과반



집 화장실. 입학시 외고 안내서. 커리큘럼. 샅샅이 봐도 이과 과목 아니 보인다. 여보, 이과반 어떻게 돼가지? 글쎄, 학교에 물어도 개설 할 거라고만 하지 움직임 없어. 정부, 교육청은 외고 이과반 절대 금지, 이과반 만들면 폐교한다고 연일 언론 보도. 일개 외고가, 것도 신생 학교가 이과반

개설할 일 결코 아니다. 이후 몇 번 점검해도 학교는 계획뿐. 이제 곧 2학년인데, 이과 과목 본격 파야 하는데. 외진 지역이고 기숙 학교라 과외도 불가능한데




ㅡㅡㅡ




전학 외엔 답이 없다. 헌데 어느 고교로? 일반고, 자사고. 자사고도 실력 차이 있다. 서울대의대 목표면 자사고서도 1등해야 하는데 그런 고교는 어디? 몇 달 전국 자사고 학습. 둘 고른다. 면담 거친다. 서로 극비로 전학 갈 고교 확정


외고는 어찌 설득하나? 신생 학교 전교 1등을 쉽게 놔줄리 없다. 시간 끈다고 될 일 아니다. 전학 간다고 학교에 통보하기로 한 전날에 아들에게서 전화


아빠, 저 전학 못 가요


왜? 얘기 다 됐잖아


친구들하고 못 헤어져요. 저 울었어요


그렇구나. 그게 참 어렵지.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고 오늘 밤에 보자. 학교에  외박 신청한다


일찍 매장 마감 처음이다. 퇴직하고 매장한 지 13년. 오후 8시에 셔터를 내린다. 원래 오후 10시. 아내와 함께 차 몰고 두 시간 반. 국도에 가는 방향 차 한 대도 안 보인다. 매달 한 번 면회. 낮에도 차가 어쩌다지만 밤엔 처음. 그만큼 외진 군이다


아들 만나 숙소. 엄마와 먼저 들어가라 하고 슈퍼에 들른다. 소주 한 병과 마른 안주. 아들은 친구들과 못 헤어진다고 했다. 말은 안 해도 안다. 여친 때문이란 걸. 그걸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다. 아들 맨정신에 설득할 자신 없다. 그래서 소주 산 거


부자지간 처음이자 아들 첫 술. 종이 소컵으로 한 병 비운다. 아들 취하고 나도 술 약하고 오랜만이라 술기운 오르지만 정신 바짝. 아들 생애 중요한 갈림길. 다른 얘기 다 아는 거 생략하고 본론


친아, 둘 중 하나 선택이야. 내일 아침 학교 같이 가서 전학 통보하고 바로 짐 싸서 나온다. 아니면 아무 말 않고 외고 그냥 다닌다. 지금 양자택일 해야 해. 즉 서울대의대냐 여친이냐. 여친은 전학 가서도 만날 수 있어. 너가 여기 와도 되고, 여친이 너 보러 와도 되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도 되고. 편지 해도 되고. 하지만 여기 있으면 서울대의대 못 가는 거 너도 알잖아


여친 만날 수 있어요?


그럼. 외출할 수 있잖아. 그거야 가능하지. 달에 한 번쯤이면 되지 않을까. 떨어져 있으면 좋은 점도 있어. 외출해서 친구들 눈치 안 보고 만나잖아. 평소 공부에 집중 더 하고. 여친이라도 경쟁 관계라 껄끄러울 수 있는데 학교가 다르면 그럴 일도 없지


정말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럼. 약속할께


아빠, 그러면 전학 갈께요


그래. 그럼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학교 가서 선생님께 전학 간다고 말씀 드리자




ㅡㅡㅡ




다음날 아침. 교무실. 담임 선생님께 말씀 드린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교감 선생님 합석. 문답. 왜 전학 가냐. 이과반 없어서다. 이과반 만들 거다. 언제냐. 전학 학교는 알아봤나. 이과반 있는 학교다. 어디냐. 자사고다. 우리이과반 만들 거다. 언제냐. 만들 거다. 방학 끝나면 2학년인데 언제 만드냐. 만들 거다. 안다, 못 만드는 거 안다. 서로 다 알지 않냐, 전학 절차 밟아 달라. 어찌할 도리 없슴 아시고 알겠다 하신다. 바로 기숙사 가서 짐 싸서 학교를 빠져 나왔다. 학교 잘못 없다. 시스템이 그럴 뿐. 학교가 싫은 게 아니고 서울대의대 진학에 안 맞을 뿐. 선생님들 실력 넘치고 동고동락 훌륭하시다. 학생들 밝고 열심이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하지만 이 수밖에 없을 뿐


전학 후 아들은 두 번인가 여친을 만났다. 양교 중간 지점에서. 3학년이 돼서는 잊은 거 같았다. 무엇보다 거리가 멀었다. 차로 여섯 시간 거리.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서울대의대 가서는 캠퍼스 커플


서울대의대 목표가 없었다면 학생회장 했을 터. 전학 안 했을 거. 외고 친구 몇이 이과로 진학했다. 당해에 지방 의대 하나, 몇은 대학 마치고 약전원, 의전원. 우여곡절 있었기에 대단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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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


나를 어디에 두느냐가 내 삶을 결정한다.


남 탓 말라.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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