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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May 18. 2020

(친절) 요즘 다들 외롭잖아요

행복을 파는 편의점


-- 외로우세요? 지금 누구에게든 칭찬으로 말을 걸어보세요. 거창한 거 말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거요. --




부부는 돈 문제, 자녀 문제 말고 대화를 나누나요? 
그마저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나요?

젊은이는 도전하나요?
그마저 안정을 위한 거 아닌가요?

학생은 꿈이 있나요?
그마저 진로 진학을 위한 거 아닌가요?

어린이는 놀이가 있나요?
그마저 몰래 하는 건 아닌가요?

아이는 형제자매가 있나요?
그마저 둘이나 외동 아닌가요?

노년은 짐을 벗나요?
그마저 홀로서기 아닌가요.

요즘 다들 외롭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편의점 알바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누구나 편의점 들르잖아요.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 있어요. 금방 싸우다 온 사람처럼요.
부지런히 말을 붙여 보았어요. 남녀노소 구분 안 하고.

누구든 편의점 도어를 열고 들어서면 우렁차게,
"어서 오세요."

계산하러 저와 정면으로 마주치면 큰 소리로,
"반갑습니다."

계산할 때는 경우에 따라 달라요.

많이 사면,
"한 보따리 사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1이나 1+1 증정을 모르면 챙겨주면서,
"오늘 횡재하셨습니다."

아이를 데려온 부나 모에게는,
"아이가 귀한 시대. 아이는 우리 모두의 희망,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진심입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최고지? 나도 엄마가 있었단다. 부럽다."


비닐봉지처럼 담을 걸 챙겨 오는 분에게는,

"지구를 사랑하시는군요."


요즘 수제 맥주가 잘 나가요. 4캔에 만 원인데 고른 걸 보니까 상품명이 퇴근길, 맥아더, 흥청망청, 인생에일. 그걸 한 줄로 놓고 하나씩 들어 보이면서,

"만 원의 행복! 맥아더 장군처럼 퇴근길에 흥청망청 인생을 즐기세요."


그랬더니 하하 웃으면서,

"넵, 그 순서대로 마실게요."






위에서 세 번째 줄이 수제 맥주




가끔 이런 장난도 걸어요.

뻔히 미성년자가 아니어도 담배 사면
"오랜만에 신분증 한번 볼까요."


머뭇머뭇 신분증 꺼낼라치면,
"아닙니다. 기분 좋으시라고 해 본 말입니다. 하하하"

제가 주인이냐고 묻는 분에게는 양손 들어 엄지 척하면서,
"저는 주인이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편의점 알바입니다. 월드 베스트 편의점 알바입니다."

마지막으로 돌아서서 나갈 때 매장이 꽉 차게,
"감사합니다."

이런 식이죠. 일부러 말을 붙여본 겁니다. 그랬더니 말이죠. 반응이 생기더라고요. 하나둘 제게 먼저 인사하기 시작해요. 어떤 손님은 입고 검수하느라 바쁜데 제 뒤로 와 등 뒤에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요. 어떤 청년은 다른 동네서 여기 처음 왔는데 제 말 좀 들어줄 수 있냐며 입을 떼더니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짧지만 힘겨운 삶의 고비를 풀어놓더라고요. 두어 달 지나면 손님 상당수와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아요.

손님들에게 말을 붙이면서 알게 되었지요. 요즘 다들 외롭다는 걸.

제가 왜 이러냐고요?
저도 외롭거든요. ㅎㅎㅎ


외로우세요?

지금 누구에게든 칭찬으로 말을 걸어보세요. 거창한 거 말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거요.

칭찬은 가장 적극적인 공감의 표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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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CU 사이좋게~ㅎㅎㅎ


코로나 뜸할 때. 셀카 때문에 잠시 마스크 벗고.




2020.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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