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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n 18. 2024

패대기와 훑치기

30화. 응답하라 1968-먹거리 편


기태네 집.


동네 개울 북쪽 끝이다. 그 다음 논. 축구장만 하다. 오른쪽 산 아래 개울서 물을 댄다. 끝 경계에 주인 집. 논 왼편으로 고아원. 그 뒤로 소일가는 신작로. 기태는 국민학교 3학년쯤 촌에서 이사왔다. 키로 보아 또래. 개울에 붙여 집을 지었다. 식구가 적어서 엄마, 아부지, 동생. 개울은 왼편으로 양어장, 봉구, 명준이네 집을 내려와 다리를 만난다. 기둥, 상판 공그리 쳐서 장마에 쓸리지 않는다. 낯설어 쭈볏한 기태를 다리 아래로 데리고 간다. 어른 키 높이.  반은 물이 흐르고 반은 마른 땅. 기태를 기둥에 붙여 세우고 노려본다.


얌마, 너 어디서 왔니?


어디라 하는데 모른다. 거기가 어딘데?

여기서 멀어. 촌이구나. 응. 서울이면 이유 없이 쫄 텐데 촌이라니 어깨 으쓱. 집 지을 때부터 알아봤다. 개울가에 짓는다. 이상하다. 왜 저기다 짓지? 비 오면 어쩌려고? 청개구리가 개울가로 엄마 무덤 쌓았다, 물에 쓸려갈까 비만 오면 운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방 한 칸에 지붕 납작해 볼품 없었다. 스레트 얹어 궁색은 면했다. 거적데기 변소. 개울가로 지은 집이 동네 반이지만 다들 축대를 한 길 높이로 쌓고 지었다. 우리집도 그랬다. 축대가 제일 높았다.  기태네 집은 축대가 없었다. 맨땅에 얼렁뚱땅. 게다가 담장이 없어서 앞산 옹달샘에 물 길러 갈 때 방, 변소가 훤히 보였다. 우리집은 브로꾸 담도 있었다. 차 다니는 신작로 옆이고 기태네는 사람 하나 걷는 소롯길. 주먹으로 촌놈 얼굴, 가슴팍을 몇 대 친다.


야, 너 앞으로 잘해.


두 번을 그러고나서 노는 데 끼워줬다. 헌데 늘 데먼데먼. 시골 놈이라 그런가 보다. 서울 애는 재밌게 놀다 갔는데. 몇 년 지나서 알았다. 나보다 두 살인가 위라는 거. 나보다 작고 까무잡잡해서 같은 학년으로 보았다. 학년이 같아서 학성국민학교를 함께 다녔다. 기태는 친구도 형도 아니었다. 가매기 삼거리도 논 윗마을도 아니었다. 그 사이에 달랑 판잣집 한 채 짓고 살았다. 여름 장마면 청개구리처럼 잠 못 이루었다. 동네 사람들도 같이 염려. 나도 기태네 집이 물에 떠내려 갈까봐 걱정되었다.  비 그치면 슬그머니 가 본다.




ㅡㅡㅡ




논.


기태네 집 다음이 논이다. 가을이면 메뚜기 잡으러 간다. 논 주인이 뭐라 한다. 개울가로 난 길을 따라가면 육판바위. 육조판서 바둑을 두었다는. 조선 성종은 딸을 보았다. 그 태를 묻을 땅을 강원도 태장동으로 정한다. 태를 저장한 동네. 다리부터 시작되어 논을 지나 양쪽 산 사이에 길. 육판길이다. 좌로 정상쯤에 비스듬한 너럭바위가 육판바위. 우로 원주시를 내려다보는 봉산미 정상. 그 사이가 엄청 넓어서 축구장 서넛 크기. 논이다. 중앙에 주인 집 있지만 메뚜기쯤이야 뭐라 않는다.


훑치기.


오른 손바닥을 편다. 메뚜기가 붙은 볏잎을 겨눈다. 우에서 좌로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급히 챈다. 녀석 위치에서 손을 쥔다. 펼치면 한 마리. 접붙은 건 쌍으로 잡고. 꺾은 강아지풀 줄기에 꿴다. 입에서 누런 액 뭉클. 한 줄 여나믄 마리. 석 줄. 두꺼비소주 병을 가져가면 훨 낫다. 꿰는 을 던다. 한 병 채운다. 메뚜기 제철이면 소주대병 4홉들이 두 배. 집에 가져가면 큰누나가 후라이판에 볶아준다.


연탄불 덮개를 연다. 탄 위에 얹으면 열을 모아 구들장 안으로 들게끔 뒤는 바닥에 닿고 앞은 떡 벌린 메기 주둥이 넙대대. 거북 등 모양. 뒤에서 입 정상을 향한 능선. 구멍이 19개라 십구공탄이라 했다. 아궁이 공기 구멍을 막은 뭉치 탄불이 활활. 낡았거나 짝 잃은 외짝 나이롱 양말이나 헤지고 찢어진 흰 난닝구를 둘둘 말아 숨구멍 막이로 쓴다. 쇠받침. 모양으로 테두리를 꺾고 속이 비었다. 불 위에 올린다. 손가락 마디 높이. 후라이 팬을 는다. 기름 바닥에 두르고 메뚜기를 쏟는다. 병속에서 숨이 막힌 건지 죽어서 움직이지 않아. 산 거도 힘 잃어. 볶는다. 뒤집개로 타지않게 이리저리 후빈다. 금새 익는다. 몸통 익어서 누리끼리, 날개 기름칠 번질. 다리 여섯. 버릴 건 없다. 한 마리 집어서 입에 넣는다. 어금니로 씹는다. 고소. 뱃속까지 익어서 툭 터지는 물은 없다. 씹을수록 고소. 맛나다. 누나도 먹고 동생도 먹고. 양 제법. 배 부르진 않지만 한참 들뛰고 놀아도 든든하다.




ㅡㅡㅡ




낚시.


여름엔 개구리 잡기. 개굴개굴 온 논이 시끄럽다. 벼 익는 가을에 논 바닥이 마른데 비해 여름엔 벼가 한창 자라야 해 논물 찰찰 그득. 봄에 깐 알이 꼬물꼬물 올챙이, 꼬리가 사라지면서 개구리 된다. 해지면 왁자지껄 쉬임 없이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기태네 집 위 논. 개구리 잡는 건 주인이 뭐라 않아. 소롯길서 낚시로 잡지 논에는 안 들어가니까. 들어가봤자 풀쩍 도망가고 진흙에 푹푹 빠져시 발도 버리고. 종이 꽂는 핀. 바늘 반만하되 못처럼 대가리 있는. 뻰찌로 가운데를 꺾어서 낚시 바늘 모양으로 휜다. 나뭇가지 작대기 팔만한 길이. 끝으로 낚시줄을 비슷한 길이로 맨다. 줄 끝에 핀 대가리 부분을 묶는다. 개구리 낚시대. 파리 몇 마리를 파리채로 잡는다. 덜 뭉개지게 적당히 내리쳐서. 몸안에 물이 빠져 나가지 않아 토실해 보여야.


소롯길에 선다. 파리 몸통을 바늘에 꿴다. 팔 내밀어 낚시대를 벼 속에 디민다. 논물에서 개구리 뛰어오를 높이로. 좌우로 살살 흔든다. 녀석들 보기에 날라다니는 파리. 웬 떡. 아니 웬 파리. 모기 이런 건 삐쩍 말랐다. 거미 통통하지만 논에선 귀하다. 무당벌레는 껍데기가 단단하다. 파리라니. 풀 위로 날지 풀 속 안까지 들어올 일 없다. 먹어야 살고, 먹어야 겨울잠 자고 내년에 짝짓기 알 낳아 손보는데. 파리라니. 귀한 분이 어찌 여기까지. 주변에 경쟁자 드글드글.


펄쩍


뒷다리를 키운 건 이때를 위해서다. 엄마 아빠, 할매 할배, 증조 고조, 그리 천만 번. 억 년 걸렸다. 혀. 죽 내밀어 뻗으면 머리 길이. 이거 또한 늘리고 끈적하게 만드는데 억 년 걸렸다. 그뿐인가. 앞다리 포기. 중심 잡기용으로 짧게 남기고 살, 근육, 피 뒤로 다 넘겨. 허벅지, 종아리 근육 키우는 데 억 년. 펄쩍 뛰어 혀로 잡는 기술은 삼억 년 갈고 닦은 외공 신공이다.


출렁


낚시대가 휘청 아래로. 혀가 바늘에 뀄다. 억 년 신공이 가매기 삼거리 꼬맹이의 발명품에 걸렸다. 재빨리 낚시대를 논에서 꺼내어 소롯길로 나선다. 허공에서 녀석을 움켜쥔다. 땅에 닿으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개구리의 약점은 발이 공중에 떴을 때다.


패대기


어깨춤쯤 손 처들어 녀석으로 땅바닥을 후려친다. 억 년을 살았어도 이런 건 들은 적 본 적 없다. 수 억 유전자 중 어느 하나도 새기지 않았으니 조상대대로 그랬던 거. 그전 어류로 거슬러 올라도 패대기란 없었다. 물리거나 채이거나. 끽해야 낙하. 그래봤자 중력. 패대기라니. 중력에다가 아래로 내리치는 가속력. 허니 동물의 세계에 패대기란 없다. 고정인 식물도 매한가지. 그들 끝 조상인 아메바 또한. 그렇다면 패대기란 인류만의 고유한 특성. 잔인함. 년만의 충격으로 개구리는 하지 상지 사지를 쭉 뻗는다. 통증을 견디느니 차라리 뇌가 깨지고 심장이 멎는다. 정작 파리는 침만 바르고 맛도 못 본 채. 


뼁끼 통에 담는다. 집에 오면 아부지가 도마에 한마리씩 올려서 배와 다리 사이를 부엌칼로 내리친다. 후라이팬에 기름 넉넉히 두른다. 탄불에 볶듯이 튀기듯이. 지글지글. 삶은 닭다리는 저리 가라. 3억 년 키운 뒷다리 아닌가. 허벅지가 통으로 근육 덩어리, 받쳐주는 종아리 또한. 몸통은 양계하던 때라 닭 준다. 환장한다. 닭 치는 거 그만두고선 봉구네 돼지 준다. 엄마가 보면 가져다가 호박 준다. 땅에 묻어 썩어 비료 되라고.




ㅡㅡㅡ




메뚜기는 벼 이삭 갉아먹는 해충. 큰 논은 잡아주면 주인이 좋아했다. 작은 논은 지가 잡아 먹을라고 못 잡게.

개구리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로웠다.



1968년 경. 꼬맹이 때. 그땐 그랬다.





잊히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하여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 세대 통역



나이롱. nylon. 합성섬유 처음 등장. 이전은 옷은 삼베, 면, 명주. 발에 버선.


난닝구. 런닝셔츠. 반팔. 조끼는 아주 한참 후.




♤ 그때는



돼지고기 구경도 못 했다.

소고기는 년에 한 번 먹는다. 미역국에 얄팍한 쪼가리 몇.


메뚜기, 개구리는 음식, 계절 특식이었다.




♤ 지금은




작은 논에 집들이 들어섰다.

큰 논은 밭으로 쓰다가 최근 아파트 짓는다고 경계로 가림막 철판을 둘렀다.

기태네 집은 진작 허물었다.

개울은 복개천.


파리 신공.


훑치기+패대기. 메뚜기 훑는 동작을 응용해 손으로 파리를 훑어 잡는다. 손바닥 펴서 세운다. 앉은 파리 5cm 위로, 우 20cm에서 좌 20cm를 향해서 공기를 횡으로 빠르게 가른다. 중간 그러니까 파리 위쯤서 손바닥을 꽉 오므린다. 파리가 날아오르다가 손아귀에 잡힌다. 힘주어  쥐어야. 작아 배가 터지진 않는다. 손을 쳐들어 매우 강 패대기. 바닥 아주 가까이서 손바닥을 편다. 속도가 약하거나 거리가 뜨면 휙 날아서 도망간다. 꼬맹이 이후 여름이면 끊임없이 수련해 달인의 경지. 아들 둘 어릴적 벌써 보였다. 이제 아이들 앞에서 시전하엄청 신기해 . 내가 개발한 신공 전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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