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꼬맹이 국민학교. 육이오전쟁 폐허 10여 년 후. 다 가난했다. 학성국민학교 한 반 70명 중 부자는 한 명. 흰 고무신. 나머지는 다 검정고무신. 부자래봤자 쌀밥. 나머지는 쌀에 보리, 옥수수, 감자 섞어 양 늘린 거. 시내버스도 택시도 없었다. 우리집 식구. 여덢. 엄마, 아부지 몸만 갖고 결혼해 일곱 낳았다. 병약해 하나 죽고 여섯. 먹여 살려야 했기에 닥치는 대로 일. 오전반 12시에 끝나면 오후 내내 동무들과 뛰어 논다. 학원 없었다. 학교서 공부하는 게 전부. 동네에 살찌거나 배 나온 어른, 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먹는 건 고봉으로 세 끼 밥뿐. 어른은 종일 일하느라, 아이는 종일 노느라 온몸은 근육뿐 살이 오를 여유는 전혀 없었다. 꿈이 있었다.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부지 갖다 줄 거야. 고생이 눈에 보여 가슴에 새겼다.
나 47세. 어머니, 아내, 아들 둘 14살, 12살. 부 10년전 돌아가셨다. 아파트 내 소유. 차. 중고만 세 번 샀다. 네 번째는 파산 직전까지 내몰려 처제 차를 얻었다. 소형 슈마. 기사회생. 사업 번창해 BMW 5시리즈. 첫 새 차. 그 집에서 아이 둘 키우고, 외제차로 학교 실어날랐다. 애들이 크면서 새 옷, 새 신발 연실 사들였다. 학원은 기본만 보낸다.
은퇴 8년차. 건아집상차직. 건강, 아들 둘, 아파트, 상가, 차, 직업. 어머니는 10년 전 가셨다. 아들 둘 대학 마치고 하나 30세 군 입대, 하나 28세 직장인. 주위에 먹을 거, 입을 거, 놀거리 넘친다.아무리 궁해도 1968년 제일 부자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산다. 조선시대 왕, 양반보다 낫다. 어찌 알았는지 UN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선언한다.
깨닫다.
1968년 꼬맹이 때 행복했다는 걸.
2008년 행복했다는 걸.
생애 행복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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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했단다. 초가전빌딩숲. 초가가 빌딩 숲으로 변한다. 아파트? 양계장에닭장인 줄 알고 처음엔 꺼렸다. 중고차고 새 차고 내 차 가질 줄이야. 선진국? 단 한 번도 상상, 꿈에서도 한 적 없다. 어려운 나라들 롤 모델.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조차 부러워한다. K-팝. 세계 젊은이들따라부르다니. 한국어 학습 열풍. 치안, 대중 교통...깜짝 놀란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그러나
현재 출산율 0.7. 1983년 2.0 이하, 2002년 1.3 이하, 2018년 1.0 이하. 아이를 한 명마저 안 낳고 있다. 경제발전과 180도 거꾸로. 저출산 압도적 세계 1위. 이 분야 추종 불허 초일류 선진국. 미증유, 전인미답의 길을 스스로 기록 경신하며 개척하고 있다.
왜? 왜? 왜? 도대체 왜?
행복하지 않은 거. 행복할 자신이 없는 거.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아. 둥지 없다, 먹거리 없다. 최저시급, 사교육비... 1등 주의, 무한 경쟁, 비교... 은퇴한 베이비부머든, 아이 키우는 기성세대든, 아이 낳아 몸으로 다 겪는 출산 세대든. 그걸 보고 크는 자라는 세대든. 그거 다 합쳐서 모든 세대가 행복하지 않은 거. 행복할 자신이 없는 거.
돈만 있으면 행복하잖아.
처음엔 그랬어. 계속 그랬어. 1968년 내 부모도 나도 돈만 있으면 행복 맞았어. 열심히 밤낮 없이, 휴일 반납 일했어. 왜? 가족을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돈이 필요했으니까. 2024년 현재. 2008년보다, 1968년과 비교 어려울 정도로 잘 살아. 나 말고 국민 전체. 헌데 돈이 가족보다 우선인 가치로 변했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
이뿐인가. 돈이 권력이고 돈이 명예. 심지어 어린이들. 임대충, 빌라충, 전세충. 임대 아파트, 빌라 산다고, 전세 산다고 친구 조롱. 1968년. 반 70명 중 하나 흰 고무신. 69명 검정고무신. 흰 녀석 조금 부러웠고 같이 놀기가 괜히 꺼려서 왕따 비스므리. 2006년 쫄딱 망했지만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 가졌어. 2017년 더 벌 수야 없겠냐만 은퇴.
돈 더 벌고 싶지 않아?
마음을 비웠어. 쉽지는 않더라구. 은퇴 후 8년째 내 철학하기. 나는 누구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