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불면에 시달린다. 인류의 미래가 걱정돼서다. 미래를 앞서가는 개척자이자 혁신의 대명사가 미래 걱정이라니. 서양 말로 아이러니, 동양에선 아는 게 병이라 한다. 전에 없이 눈두덩이 부어오른다. 인터뷰면 진한 톤 메이컵베이스를 펴 바르고 파우더로 두들겨 가렸다. 그의 말 한마디뿐 아니라 어두운 표정마저 드리우면 뉴욕 증권 시장이 곤두박질. 새벽에 전해진 그 소식은 코스피, 코스닥 한국 양대 증시를 뒤흔든 적이 한두 번 아니다. 그만큼 그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주요 인물이다.
2024년 10월 29일. 사우디 아라비아리야드.사막의다보스 포럼이라불리우는미래투자이니셔티브 (FII)가 열렸다. 중동의 대표 경제 회의.화상으로 초대된 머스크에게 사회자가 묻는다.
회사를 6개 운영하는 것 외에 잠못 들게하는 걱정거리가있나요?
미래에 대한 우려를 말씀 드리자면...AI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주의 깊게 봐야 할 문제죠. 단기적으로는 가장 큰 위협이 되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인구 붕괴가 더 큰 위협입니다. 아시다시피 출산율이 거의 모든 곳에서 급격히 줄고 있죠. 한국 인구는 현재의 약 1/3보다 훨씬적어질 겁니다. 유럽도 현재 인구의 절반 정도로, 어쩌면 그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갑자기 여성 1명당 출산율이 2.1로 회복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인데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작죠. 현재의 (출산율 감소) 추세가 계속 되면 (세계 인구가) 3세대 내에 5%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 국가가 출산율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여겨야만 합니다. 사람이 늘지 않으면 인류도 없을 것이고 다른 모든 정책도 무의미해지겠죠
(자녀를 11명 이나 둔 머스크에게 농담) 출산율에 기여하는군요.
(진지하다.) 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많습니다.
머스크가 특별하게도 한국 저출산을콕 찍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구체적으로 숫자 1/3. 정확히 한국 출산율이 0.7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 인구 유지 출산율 2.1이니까 0.7이면 한 세대마다 인구 2/3 사라지고 1/3 남는다. 1/3 아래라 함은 연속, 불가역이라는 거도 익히 아는 거. 정작 한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진실을 머스크는 정통하다.
그럴만한 이유 있다. 머스크가 저출산으로인한 세계 인구붕괴를 인류에 가장 큰 위협으로 본 건자신의 미래와직결되어서다. 머스크의 사업은 미래 사업이다. 세계 인구 붕괴 즉 시장의 붕괴 즉 머스크 사업의 붕괴. 유럽, 일본, 중국... 세계가 저출산 전쟁 중이나 죄다 대패. 한국은 시늉뿐.저출산 해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없다. 머스크사업에 저출산이 가장 큰 장애다. 저출산은 기술로 안 된다. 커녕 발전할수록 저출산 가속화. 딜레마. 머스크는 저출산걱정으로 잠 못 이룬다.
회의실. 머스크가 설립한 XPRIZE 재단임원둘과 직원 둘. 도어 안팎에 경호원 넷. 나 혼자.
한 달전에 출산혁명 책과 이메일보냈다.1조 원을 조건 없이 기부해 달라 했다. 용도. Birth Revolution. 머스크에게 출산혁명은 구세주다. 출산율 단박에 회복. 인구 즉 시장이 살아난다. 그러면자기 사업도 산다. 출산혁명 들여다 보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그외얻는 거 셋. 첫째, 인류 구하고 인류사를 바꾼 혁명가의 명성. 세계는 둘로 바뀐다. 출산혁명국은 강대국 등극, 아니면 약소국 전락. 그 첫 혁명이 한국에서. 그 결정적 기여가 1조 원. 그가 가진 재산의 1%도 안 되는 돈. 둘째, 한민족의 구원자로서 영웅 칭송 및 한국 역사에 영원히 기록. 셋째, 선인, 위인으로서 사업 홍보 효과. 혁신가인 그는 대번에 출산혁명의 가능성과 효용을 알아보았다. 밤잠 못 이루며 학수고대 하던 저출산 원샷 해법, 혁명 이론가 겸 혁명가가 눈앞에 서 있다.
It's reallynice meeting you.
I'm No, not Yes.
Really? President No?
Right.
Ha ha ha ha.
머스크는 사내답게 서글서글한 얼굴에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도록 호방하게 웃는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하고 사명을 X로 바꾸었다. 우주 사업도 Space X, 재단도 XPRIZE, 테슬라 Suv 차 모델도 Tesla X. 그는 X 광이었다. 그런 이가 코리아에서 온 깡촌놈이 자기가 No라 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악수한 손을 빼더니 나를 허그. 꼭 껴안는다.
Just call me X, not 일론.
파격이었다. 배석한 재단 임직원이 깜짝놀란다. 이런 머스크를 본 적 들은 적 없었다. 아니, 이런 듣보잡 동양 노인을 이리 환대하다니. 것도 X로 부르라고?처음이다.
X는 달랐다. 혁신가는 혁명가를 단어 하나로 즉각 알아보았다. 자기가 No라니. 이건 상상도 한 적 없다. X면 최대한 부정이라 여겼는데 세상에 본인을 No라니. 첫 인상도 마음에 들었다. 당당했다. 자신감. 영어도 정확한 뉴욕 표준어. 얼굴은 몽골 징키스칸, 부처상, 아리안의 조화였다. 동양인치곤 자기 닮아대두라 친근감. 동양인답지 않게 이목구비가 뚜렷. 그러면서 양 눈꼬리가 살짝 처졌고 귓밥이 넉넉하여 인자함이 붓다. 거기에 활짝 웃음. 행복한 이. 보기만 해도 푸근 넉넉하다. 동양인이건 서양인이건 이런 이 처음이다. 혁명가라면 날카로울 거라는 선입관을 첫 인상과 한마디 첫 인사로 뻥 차버린다.
X가 만나는 사람은 두 부류였다. 젊은 시절. 창업으로 돈에 쪼였을 때 가진 이들은 나이가 있었고 하나같이 거만거들먹. 잘 처먹어서 개기름 줄줄. 수많은 난관을 딛고 세계 손가락 꼽는 갑부 반열에 오르자 다들 쩔쩔 맨다. 그에게 투자 받으려는 이들이 줄섰고 표정과 태도는 간절함. 임직원은 You're fired. 그 한마디 피하려고 충성과 아부. 납득하면서도 싫었다.
나이든 이가 이리 당당하다니. 나한테 돈 달라고 온 거 아니야? 것도 1조 원. 뭐야. 이 자. 가만, 수상하다. 출산혁명은 이미 책과 요약을 보아 안다. 30여분 듣고 질문한다. 미리 본 내용과 다름 없다. 출산혁명의 실현 가능성. 이거도 진즉 통과했기에 부른 거. 이상 없다. 혁명의 주체. 이게 가장 중요. 이 사람 생각은 옳다, 맞다. 헌데 의지는?
1,000억 원 기부합니다.
속으로, 1조 원 요청했는데 90% 후려치네? 땡 장사야? 이게 무슨.
No. 그거론 혁명 안 됩니다.
단칼에 거절.
속으로. 천 억이라니 나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는데. 오케이 할까? 아니야. 그 돈으론 효과 없어. 인류 역사를 둘이서 바꾸자는데 천 억이라니.무엇보다도 X 미래 사업에 저출산이 못 넘을 장애잖아. 그걸 걷어낸다는데 90% 삭감. 거저 먹으려드는군. 사람을 영 잘못 봤어.
X 속으로. 엥, 바로 No. No란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만 거절 아닌가. 감히 내게 No라니. 성공 탄탄대로 20여 년만에 처음이다. 이 자 대체 뭐야? 넙죽 받아 챙겨야 정상 아니야?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해 보겠다.
그럼 이만 미팅 끝냅시다.
불러주고 들어줘서 고맙소. 다만 기억하시오. 당신은 인류사를 바꿀 기회를 놓쳤소. 한국 역사에 영원히 위인으로 기록될 기회 날렸소. 가장 중요하게 당신 미래를 스스로 걷어찼소.
말 마치고 악수 끝내고 주저 없이 자리를 일어서서 회의실을 나선다.
X 속으로. 앗, 실수. 가지 마. 가면 안 돼. 맞아. 너는 나의 미래야. 내 사업이 네게 달렸어.
나 속으로. 쓰리다. 그 돈이면 다만 얼마라도 도움 되는데. 머스크가 기부했다는 거만도 빅 뉴스감인데. 출산혁명 홍보 되는데. 허나 사람 잘못 본 건 맞다. 떼돈 번 사업가일 뿐. 다른 기회는 있다. 1조 원 낼 이 다시 찾자. 그거 외에도 순풍은 불 거고 키맨이 있다. 1조면 가속도. 아니면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비행기 표 값, 숙박비 날린 거야 어쩌겠어. 강원도 가매기삼거리 촌놈이 미국 처음 왔으니 며칠 구경이나 해야것다.뉴욕 가면 커피 사기로 약속한 브런치 작가 꽃예님. 꽃보다 예쁜 여자라고 가죽 꽃 수공예의 대가이시다.
공항 가는 차. 현지 한인 교포인 출산혁명의 키맨이 내내 안내해 주었다. 받지 그러셨냐며 안타까움. 그러면서도 나에 대한 믿음은 굳힌 듯하다.천 억을 걷어차다니.
전화.
나 X요. 한국입니까?
아직 미국이요. 한국 가는 비행기 타러 공항 가는 중이오.
다행이오. 재단으로 와 주겠소?
왜요? 끝난 얘기 아니오.
1조내겠오.
마음이 변했소?
아니요. 실은 테스트였소.
무슨 말이요?
1,000억 원을 받는다 했으면 그거도 주지 않았을 거요?
그게 무슨 말이요?
필요한 돈 1조 원이 맞소. 혁명은 원래 그리하는 것. 단 한 번에 한국 뒤집으려면 1조 맞소.
헌데 왜 그런 테스트? 불쾌하오.
당신을 처음 보지 않았소. 참으로 혁명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야 않소. 불쾌에 대해서는 사과하오.
속으로. 천 억으로 흔들어 본 거군. 허긴 나라도 책만 보고 덜컥 1조 내놓지 않지. 혁명의 이론가과 혁명 실행하는 혁명가는 다르지. 난 이론가이자 혁명가. 의지가 더 없이 중요하지.
잘 생각했소. 다른 조건은 없소이까?
대통 되시면 보상하겠다 문서로 약속해 주시오.
그건 못 하오. 첫째, 출산혁명은 알다시피 대의요. 인류사를 바꾸는. 인류 행복이 출산혁명의 목적이오. 대의를 위해 당신과 나는 초석 되는 거.둘째, 법에 어긋나오. 뇌물이오. 대의라 해도 법은 지켜야 하오. 셋째, 나를 믿으시오. 이제 No를 알게 되지 않았소. 나 대통 될 거 알지 않소. 나는 X를 알게 되었소.당신 사업에 관심 많소.
알겠소. 조건 달지 않겠소.
약성서는 쓰리다. 1조원 거액이오. 기부자, 기부의 목적, 용도 등 주요 조항에 대해서 문서로 남깁시다. 세계사에 남을 문건이니 간략히 요점만 씁시다. 준비해 왔으니까 각자 사인만하면 되오.
그러지요. 언제 오시겠소.
당장 가리다.
ㅡㅡㅡ
저녁 식사.
X와 No 단 둘.
두 번째 관문도 통과해서 기쁘오. 해서 약정서에 사인한 것이라오.
두 번째라니요? 천 억 미끼 외에 또 있었다는 말이오?
대통 되면 보상해 달라 하지 않았소. 그러겠다 했으면 다시 만날 일 없었소.
하하하하. 철저하시구랴.
하하하하. 이해하시지요?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잘하셨소.
ㅡㅡㅡ
한 달 후.
재단 설립, 돈 받기 위한 절차를 마친다.
1조 원 입금.
통장을 본다.
1,000,000,000,000.
0이 12개.
0이 8개. 1억까지는 통장에 찍힌 걸 보았다.
40세에 3조, 30조, 300조를 꿈 꾸고 목표 정하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1억이 1만 개면 1조.
감개가 무량하다.
은퇴 후 가치 추구한 지 10여 년.
마지막 가치.
뜻 받들어 나라와 민족 구하기 위해쓰리라.
X에게 전화한다.
고맙소. X 덕에 코리아 출산혁명은 완성될 것이오. 앞당겨질 거요. 이후 세계는 둘로 갈릴 것. 출산혁명 하면 강대국 등극, 아니면 약소국 전락. 큰일하시었소.
나도 고맙소. No 덕에 태어나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소.내 미래 사업 맘껏 펼치게 되었소.
이제 말할 때가 되었소. 두 번의 관문. 예상하고 있었소. 나를 테스트 할 텐데 어찌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소. 답은 쉽더이다. 보신대로요. 5,000억 불렀으면조금 헷갈렸을 거요.
그래요? 하하하하.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그 정도도 준비 않고 거액을 받았다면 의구심이 남았을 겁니다. 혁명이 뜻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지요.
명불허전. 역시 대인이시오. 하하하하.
ㅡㅡㅡ
이 글을 일론 머스크가 미리 본다면?
더 얘기할 게 뭐 있나. 서로 속마음 텄으니 바로 약정서.
ㅡㅡㅡ
소설일까요?
아직은 소설 맞아요. 허나 머잖아 현실 될 겁니다. 출산혁명도 1년전 첫 출발은 상상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