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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Aug 10. 2020

폭우가 지나면 애들은

응답하라 1968 - 놀이 편

폭우가 지나고 다음 날.

동네 개울은 물이 좀 빠지고 물이 맑아진다.


봉구네 변소 위쪽 개울에 세멘으로 턱을 만든 곳.

턱 위쪽에 무릎 깊이로 넓게 물이 고인다.


남자 애들은 홀딱 벗고 고추 내놓고 물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물속에 누웠다 일어났다.

여자 애들은 옷입은 채로 앉았다 섰다, 깔깔대고.


하루 더 지나면 물이 빠져서 모래톱이 생겨서 모래로 집 짓고, 구멍 파고.

며칠 지나면 물이 확 줄어서 개울을 찾지 않는다.


폭우가 지나면 다음날부터 며칠은 개울이 놀이터다.


1968년경 꼬맹이때. 그땐 그랬다.







그때는



한여름에 벗을 옷이래야 반바지 하나뿐이었다.

물놀이 아니라도 어떤 때는 종일 빨개벗고 다녔다.






지금은



봉구네 변소 위쪽 개울에 세멘으로 턱을 만든 곳은 동성교회 아래다.

복개해서 사람이 걸어다니고 차가 다닌다.





잊혀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20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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