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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24. 2021

동심원

삶과 죽음은 하나

인생은 가없이 뻗은 직선 같지만

다다르면 끝이 시작인 동그라미라네  


제자리 맴도는 쳇바퀴 아니어서

중심이 반짝이는 동심원이라네   


바위에 부딪히고 가시에 할퀴어도 헤쳐 가면 끝이 보이지

방황의 원 하나를 그린 걸세   


힘내어 다시 나아가면 향기로운 꽃길이 반길 걸세

성취의 원을 한 바퀴 그린 거라네  


욕심내지 말게나

크게 그리면 멀리 돌아 힘겹다네

조그만 게 좋은 것도 아니어서 곧 다시 출발해야 한다네

그러니 그저 넉넉히 그려 나가게나  


조급하지 말게나

서둘러 그리면 벗어나기 쉽다네

느린 게 은 것도 아니어서 금새 지루해진다네

그러니 그저 꾸준히 그려 나가게나   


근심 말게나

동그라미가 찌그러지면 어떠하고 이 빠지면 대수인가

다음에 옆을 지나다 손보면 그만일세

그러니 덧칠 말고 그려 나가게나


젊어서 사랑이란

어느 날 갑자기 두 개의 동심원이 뜨겁게 겹치는 것이어서

한순간 모든 걸 삼킬 듯 타오르다

이내 재가 되어 지나는 바람에 흩날린다네


우정이란

서로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이라네  


배려란 

다른 이가 그리고 있는 동심원을 존중하는 것이어서

잠시 비켜주는 마음의 여유라네


행복이란 

동심원을 다 그리고 난 후에 찾아오는 것 아니고

그리는 순간 순간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네  


그렇게 세월을 그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 갖게 될 걸세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동심원을  


그렇게 평생을 그리고 나면

스스로 그러하니 깨닫게 될 걸세

중심점에서 삶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후기          



누군들 알겠는가    

마침내 삶이 다하는 순간이 오면

동심원은 홀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오직 중심점 하나만 남게 되고  


그 점은 한 발만 떼어도

사방이 천 길 낭떠러지에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 있어

그 위에 홀로 서서 겁에 질려 떨고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 단 한 번 남은 숨을 거두는 그때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맞이하지 않겠는가

어린 시절 젊고 고운 어머니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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