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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Sep 26. 2021

비워 가는 마음

삶과 죽음은 하나

세상사 무언들 완벽한 게 있으리오

좀 부족해도 흠 좀 있어도

누군들 아니 그렇겠소


돈 보고 달리니 사람 잃고 명예는 언감생심

가족 책임지다 보니 청춘이 간 데 없고

모두 가진들 건강 하나만 못 하고

이제 건강마저 나이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소  


그래도 평생 할 만큼 해봤고

이제도 부족하나 없는 것보다는 많이 지녔고

어차피 때 되면 공수래 공수거  


나이들어서

채우려는 욕심 좀 내리고

대신 조금씩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것소

그래야 좁은 자리나마 여유가 찾아오고 행복이 둥지 틀지 않것소  


돈 좀 부족하면 어떻소

의식주 따스하고 남한테 손 안 벌릴 정도면 되지 않것소

가질수록 부족한 게 돈 아니것소   

 

명예가 별거겠소

얼굴 안 망가지고 모르는 이가 날 몰라본들 그게 더 편치 않것소

아는 이가 알아주면 족하지 않것소    


가족은 잘해 온 거 앞으로도 잘할 것 아니것소

몸은 돌아가며 고장나서 걱정이지만

치매 아니어서 생각 온전하고

사지 멀쩡해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지 않것소  


쉴 만하면 쉬면 되지만

노동의 즐거움이 아쉬우면 쉬엄쉬엄 일하면 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촉박한 지금은

곧 60세 한 바퀴 돌아 새로이 한 살이 시작되는 지금은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것소 


그래야 어느 순간 병들어 자리에 누워 찾는 이가 끊겨도

언젠가 죽음의 문턱에 홀로 서더라도

지난 삶을 돌이켜 반추하면

그저 열심히 살았노라는 거 하나 말고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번지지 않것소

누군가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남겨주지 않것소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할 때 아니것소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봐야 하지 않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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