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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03. 2021

코로나가 하늘로 떠났다

강아지 입양, 맘만 먹으면 되는 일인 줄 알았다

우리는 케널에 등록된 올해의 입양 대기자 중 여섯 번째였다. 첫 번째 어미견에게서 태어난 새끼 다섯 마리는 모두 앞 대기자들에게 예약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출산일이 지나고 얘기가 없어서 우리 쪽에서 전화해보고서야 알았다.


이렇게 기다리는 맘도 모르고 연락도 안 해주니까 섭섭하면서도, 차례도 안 온 대기자들에게 일일이 “출산은 무사히 끝났지만 앞의 대기자들 예약이 꽉 찼어요”라고 알릴 수는 없는 거겠지. 그래도 혹여나 하고 전화 걸어 본 덕분에 다음 텀에서는 우리가 첫 번째 대기자란 확답을 받을 수 있었다. 몇 마리가 태어나든 거의 확실히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 달 후에 다음 엄마 강아지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요. 엄마는 하얗고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데 아빠는 진한 갈색이니까 아마 엄마 아빠 고루 닮은 다양한 털 색깔의 강아지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털색은 라고또 특유의 고동색 같은 갈색부터 회색빛 나는 갈색이어도 우리는 좋았고, 얼룩덜룩해도 그건 그거대로 너무 예쁠 것 같았다. 그런 건 정말이지 아무래도 좋았다. 우리는 그저 신이 났다. 거의 다 왔다! 진짜 우리에게 강아지가 생길 거야! 라고 기대를 했다.


브리더가 이야기 중에 어미 강아지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웬걸, 어미개의 이름이 “코로나”였다. 다만, 이탈리아식으로 C로 시작하는 코로나(Corona)가 아닌 K로 시작하는 코로나(Korona)라고 했다. 이 강아지가 2016년생이니까 지금 시끄러운 그 코로나(Covid-19)보다 이 아이의 이름이 먼저긴 하지만, 이 시점에 코로나라니 웃음이 났다. 그런 코로나의 퍼피를 우리는 기다리게 되었고, 이제 다 왔다고 생각하니 행복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코로나의 출산예정일이 다가왔다. 출산예정일 전후로 오늘일까 아닐까 같이 긴장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브리더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우리가 첫 번째 대기자라고 했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자꾸 전화해서 재촉하기도 좀 그렇고, 사람도 첫아기는 예정일보다 늦어지고 한다던데 강아지도 그런게 있는 건가 정도로 생각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더 기다린 끝에 브리더에게 연락을 취했다. 브리더는 아직 코로나의 배가 산만하다고 했다. 예정일이 이달 중순이라고만 들었었는데, 16일 기준으론 아직이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더 지났다. 아무래도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우리가 바로 다음 차례인데 우리에게 연락을 안 주면 어떻게 되는 건가. 우리는 상황을 알고 싶었다. 브리더에게 전화를 걸었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가 죽었단다.

출산예정일을 며칠 넘겨도 소식이 없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원인불명의 이유로 뱃속에서 강아지들이 사산돼 있었고 그런 아이를 며칠간 품고 있던 코로나에게도 감염이 발생해 죽었다는 것이다. 20년 이상 케널을 운영해 온 브리더에게도 이런 일이 낯선 일인 데다 코로나는 모견이기 이전에 케널의 사랑받는 강아지이기도 했으니, 전화너머 들리는 목소리로 느껴지는 브리더의 충격도 적지 않은 것 같았다. 강아지를 잃은 마음을 추스르는 동시에 일로서는 우리와 같은 예약자들의 문의전화에 슬픈 소식을 몇 번이나 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 달 전 다른 어미개로부터 먼저 태어난 강아지들을 챙겨야 하는 분주함, 그 모든 게 한데 섞여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우리는.. 그럼 우리 강아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음 강아지가 있는 걸까.. 그 예약은 이미 다 찬 걸까 아님 우리에게 다시 첫 번째로 고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걸까..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슬픔에 잠긴 그녀에게 지금 그런 것들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강아지를 사고파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한 생명의 상실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슬픈 소식을 듣게 돼 마음이 아프다는 위로와 함께 “우리는 여전히 입양에 관심이 있으니 혹시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으면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복잡한 심경으로 전화를 끊었다.



코로나가 우리 강아지의 엄마이고 그 뱃속에 우리 강아지가 있을 거라고 계속해서 상상을 해왔기 때문일까. 전화를 끊고 얼마 후 눈물이 왈칵 터졌다. 내 강아지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강아지가 그렇게 떠나버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코로나를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새끼 강아지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었지만, 그들 모두를 마음에 품었던 시간들이 있었던 만큼 참기 어려운 슬픔을 느꼈다. 안타깝고 허무한 마음이 들어 하루종일 마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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