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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13. 2021

강아지는 건강해!

강아지 픽업준비완료

주문한 물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어제 사료도 목줄도 배변패드도 도착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강아지 침대.


 

그동안 우리는 지난번에 안아본 아기 강아지의 사이즈를 양 손을 허공에 대고 가늠해보면서 다음 만나면 얼마나 더 커져 있을지를 상상해보기도 했고, 안아봤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 손가락 끝에 닿는 강아지 발바닥은 얼마나 폭신했는지, 첫날 도착하면 어떻게 대해 주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리를 하다가도, 노래를 부르다가도, 혹은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우리는, “지금 강아지가 집에 와 있다면 어디에 있을 것 같아? 어디 앉는 걸 좋아할까?”하는 상상을 함께 했다. 스피케 였다면 이렇게 했을 것 같고 여기 앉았을 것 같고 이런 반응이었을 거야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강아지와 스피케의 성격/행동 패턴이 서로 얼마나 다를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월요일 아침, 먼저 일어나 식탁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두 눈 비비며 다가온 파트너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양 손을 허공에 넓게 펴 보이며 외쳤다. “드디어 이번 주야!” 그렇게 지난 6개월 동안 그래 온 것처럼 하루하루를 온통 강아지 생각으로 보내고 있다.


 

아기 강아지들의 건강검진이 있다는 화요일엔 긴장되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강아지들은 밥 먹는 모양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인 건강 체크를 할 수 있대. 아기 강아지가 밥을 잘 안 먹는 것도 명백한 문제지만 천천히 먹어도 어디가 아프다는 신호라는 거지.” “그럼 우리 강아지는 건강한 게 맞을 거야. 밥 먹을 때 봤잖아. 다른 때는 혼자 있다가도 그 때만큼은 형제들한테도 하나도 안 지고 달라붙어 있는 거!”


 

그 날 오전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내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집 안을 계속 왔다 갔다 거리자 파트너가 브리더에게 문자를 보내 물어봤다. 브리더는 병원 약속 시간이 두 시라고 알려줬다. '그래, 오후까지는 좀 편하게 있자.' 그렇게 맞은 오후. 지금은 두 시 삼 분. 곧 답을 듣게 될까.


 

저 위까지 쓰고 난 후 소파 위에서 짧은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네 시. '여전히 브리더에게서 특별한 말이 없는 걸까?' 파트너가 있는 방 문을 사알짝 열어봤더니 그도 때마침 낮잠을 자다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깬 얼굴이었다(그는 이번 주부터 열흘간 휴가다).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생각난 듯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잠시 후 무언가를 읽듯 말했다. “Vovven är frisk(강아지는 건강해)! Hon har skrivit att vovven är frisk(브리더가 강아지 건강하다고 문자 보내줬어)!” 우리는 환호했다.



그리하여 이번 주 토요일에 케널에 가서 아기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 오기로 했다. 오전 11시까지 케널에 가는 것으로 브리더와 약속을 잡았다. 



드디어 내 강아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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