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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07. 2021

완벽한 반려견을 만나는 방법

강아지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

아기 강아지를 만나기 전날, 도서관에 들려 강아지 입양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빌려왔었다. 그중 강아지를 선택하는 단계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한국어로 번역해보자면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강아지를 고르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어떤 종의 강아지를 입양할지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종의 강아지에 대해 알아보고 공부하라. 만약 강아지를 키우는 경험이 처음이라면 이미 성장한 강아지를 입양하기보다 아기 강아지를 데려와 처음부터 교육하고 양육하는 쪽이 무난할 수 있다.


 

엄마를 만나보기

강아지는 8주가 되면 엄마를 떠날 준비가 된다. 가능하면 엄마를 만나보고 밝고 다정한 성격을 가졌는지 직접 확인한다.


 

강아지 선택하기

강아지를 정하기 전에 모견, 부견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만약 그들의 크기가 크다면, 강아지 역시 그 정도 크기로 자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강아지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을 가지면서 그들의 성격과 행동을 살펴본다. 그들 중 누가 사람을 좋아하고 형제들과 잘 어울리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저돌적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은 강아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 아이들은 자랄수록 다루기 힘들어질 수 있다.


 

Katherine Starke, 『Allt du behöver veta om DIN HUND』, Stockholm, BERGHS förlag AB(2013), pp.4-5.




한 가지 마음에 걸린다는 것은 이거였다. 실은 어제 만나 본 그 아기 강아지가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지나치게 많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새로운 사람에게 전혀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다른 네 명의 형제들에 비해서는 비사교적인 모습이 도드라져 보였다. 다른 형제들이 짧은 꼬리를 바삐 흔들며 우리의 다리마다 달라붙어 있는 동안, 그 아이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우리 쪽을 바라보고 앉아서 혼자 털 관리를 하듯 엉덩이 쪽 털을 훑고 있다가 우리 중 누군가가 근처에 다가갈라치면 부랴부랴 더 먼 곳으로 이동했다. 한 번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 손바닥을 위로 하고서 내 손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줬더니 주저하던 끝에 조심스럽게 다가와주었는데, 그나마도 다른 형제가 끼어들듯 뛰어오자 튕기듯 다시 도망가 버렸다. 나중에 브리더가 그 아이를 가까이 데려와 우리가 안아볼 수 있게 해 줬을 때에는, 인사는 커녕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듯 고개를 아예 우리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은 걱정이 되었다. 바랐던 것은 아니라지만, 소위 눈이 마주친 순간 '와 이건 내 강아지다' '와 이건 내 엄마다' 하며 서로를 알아보는 그런 운명적인 느낌은 우리에겐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간 살펴본 많은 강아지 입양 관련 서적과 웹페이지들이 하나같이 "수줍은 강아지는 피하라"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강아지가 형제들과의 다른 싸움에서는 밀리고 소외되는 것 같았어도, 엄마 젖 먹을 때만큼은 그 격렬한 싸움에 동참했다는 점이랄까. 먹는 것에 적극적인 것은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일테니 그 점은 좋았지만, 성격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우리는 브리더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본 이 아이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할지 상담을 하고 싶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브리더는 말했다. "장단점이 있겠죠. 너무 활발하고 겁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조심성과 배려를 가지고 차분하게 주변을 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해줘야 할 것이고, 소심하거나 겁이 많아 사회성이 염려되는 아이들은 겁 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만남이나 어울림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는 쪽의 트레이닝이 필요할 테니까요. 내가 볼 때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발랄하고 잘 뛰어노는 평범한 퍼피 중 하나로 보이지만, 앞으로 보호자가 될 입장에서 혹여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글쎄요, 나는 선택하지 않기를 권하고 싶어요. 본인들이 생각해 온 강아지상이 있었을텐데 그에 부합하지 않는 성격의 강아지를 들이게 되면, 키우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실망하게 될지도 몰라요. 곧 밀로와 엘다의 강아지들이 태어날 테니 그 아이들을 다시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떤가요?"



전화를 끊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왜 고민이 되었을까. 나는 어떤 강아지를 원하고, 지금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는 걸까. 



고민이 되는 점은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 틈에 섞여 있지 않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던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자의반 타의반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지내면서 겪고 있는 내 일상의 곤란함을 떠올리게 되면서 '이 아이,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아이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다섯 형제 중에 성격, 외모, 성별 등의 조건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기가 엄마 뱃속에 찾아오는 것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이 아이를 끌어안을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점이 좋았다. 딸인지 아들인지, 나의 어떤 점을 닮고 어떤 점을 닮지 않을지 입력값을 넣고 출력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에서 이미 결정된 한 존재로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게 진짜 가족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되는 점은 내게 경험이 부족해서 혹여나 이 아이의 기질을 잘 다듬어가며 키워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부분이었다. 다만 이건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영역이기도 했다. What if, what if? 를 끊임없이 품는 것에는 끝이 없고 답도 없었다. 어쩌면 이건 앞으로 부딪쳐 가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였다. 이제 우리는 답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고민이 마무리될 무렵, (스피케의 엄마이기도 한) 가까운 친구에게서 멋진 말을 들었다.

"Let me just say one last thing. You can't buy a perfect dog, you train the perfect dog. Don't worry too much. Go with your gut feeling!"



그녀의 말이 맞았다. 왜 완벽한 강아지를 찾으려 했을까, 우리가 완벽한 강아지로 키워내야 하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완벽한 강아지"란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단점이 없는 강아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충분한 강아지, 서로 함께 있어 편안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강아지, 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강아지를 의미했다. 내 파트너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 완벽이 만능을 의미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아기 강아지의 있는 그대로를 끌어안을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서글서글 활발하고 다정하던 엄마 픽슬라를 많이 닮은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앞으로 양육하는 동안 성격과 행동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최대한 사람을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와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강아지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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