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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개 Mar 14. 2021

아기 강아지도 성질을 내는 구나

이거 이거 앞으로가 걱정이구만

태어난 지 꼭 두 달을 넘기게 되는 목요일부터 픽업이 가능하다기에, 이틀 후 토요일 오전에 달려가다시피 케널로 향했던 건데, 도착해보니 다른 형제 넷은 이미 평일 중에 새 가족과 함께 떠나고 없었다. 그 북적이던 케널이 조용해진 와중에 혼자 남아 있는 아기 강아지를 보면서 시작부터 마음이 좀 쓰렸다. 우리만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우리의 강아지는 첫만남 때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우리에게 살가운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입양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우리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고 나중에는 구석에 앉은 브리더의 발 밑에서 잠을 잤다. 마지막으로 브리더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한 후 차로 향하는데 그때는 우리가 주르륵 이동하니까 강아지 역시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기특하게도 케널의 울타리를 넘기 직전에 풀밭 위에 쉬를 했고, 순간 거기 있던 모두가 잘했다고 훌륭하다고 크게 칭찬을 해 주었다.



집으로 데리고 오는 차 안에서 토하거나 오줌을 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무릎팍에 준비해 간 배변 시트를 넓게 깔고서 그 위에 강아지를 올렸다. 아기 강아지는 집으로 향하는 한 시간 반 이상의 시간을 줄곧 낑낑 거리며 보냈다.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편안하지 않은 듯 했고, 이날 날씨가 유독 더워서 그랬는지 혹은 불안해선지 계속해서 헥헥거렸다. 멀미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다행히 차 안에 토하거나 쉬를 하지는 않았다.



집 근처에서는 계획이 있었다. 어떤 훈련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랬던가, 처음 데리고 오는 날은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고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주차장에서 집까지 거리가 조금 있으니 거길 천천히 걸어 들어오면서 주변의 냄새를 맡게 해 주고 자기의 위치정보를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아기 강아지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걸 금방 자각하게 되었다. 우선 준비해 간 목줄이 강아지 크기에 비해 너무 컸고, 무엇보다 목줄 자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강아지가 목에 밴드가 둘러 지는 그 낯선 압박감, 그리고 줄과 연결되었을 때 고스란히 전해지는 무게감을 못 견뎌할 거라는 계산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강아지는 자동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을 비틀며 줄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심지어 이 모든 상황에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일단 너희들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나한테 왜 이런 거 가져와서 채우는 지 이해 하나도 안되는 데다가 여기는 또 어딘지, 내가 왜 이 낯선 곳에 있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돼. 여기 어딘지 누가 설명좀 해봐, 아니 됐고, 날 당장 케널에 돌려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2kg짜리 강아지가 얼마나 언짢은 기분을 명확하게 표현하는지, 진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서 버티는 데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유독 더운 날이었기에 우선 그늘 진 곳에 물그릇을 둔 후 병에 담아 갔던 물을 콸콸 부었다. 그랬더니 목줄 때문에 방금까지 심술이 잔뜩 나 있던 강아지가 반응했다. 물을 헐레벌떡 마시고서 정신이 좀 들었는지 다시 새초롬하게 앉아 있는 강아지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파트너가 먼저 조심스럽게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기분이 좀 풀어졌는지 다시 얌전해진 강아지를 데리고 마침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와, 너는 이제부터 우리의 비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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