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라라 Aug 23. 2023

그래도 남편만큼은 내 편.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⑨

남편과는 주말부부(남편이 타지역 거주)

시부모님과 아파트 바로 옆동 거주.

8살 딸아이 육아중인 워킹맘.

딸아이 양육을 시부모님께서 맡아주시는 중.


우리 가족을 설명하자만 위의 네문장과 같다. 주중 남편없이, 관심많으시고 때론 간섭이 지나치실때도 있는 시부모님과 거의 함께라고 할만큼 많은 생활을 공유하고 지냈던 우리는, 올해들어 시댁과의 거리를 만드려고 하고 있다. 어느 관계든 인간관계에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 주장이고, 내 삼십구년 인생에서 얻은 진리이기도 하다. 더이상 서로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10년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과 결혼생활의 녹록치 않음을 겪어왔지만, 그 사이에서 지금와서 내린 결론은 바로 이것 하나. 아무리 큰 역경 하에서도 내 원가족만이라도 내 편이 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버틸수 있다는 것.


사실 처음부터 그런것은 아니였다. 지금은 한없이 고맙고 착한 내 남편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무수히 싸웠고, 우리 싸움의 중심은 늘 지나친 시부모님이 계셨다. (그 과정에서 며느리인 나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갈등은 쌍방이라는 것. 나 또한 많은 부족함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수히 자신의 부모와 내 관계를 중재해보려 하였고, 서로의 입장을 대면하기에 바빴으며, 그래서 많이 힘들었을 내 남편. 어쩌면 지금도 진행중인 그 숙제로 인해 우리남편의 스트레스가 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남편이 중간역할을 잘 해야하는데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 라며 그를 원망한 적이 많았다. 효자도 아니면서 효자인척 하는 그 모습이 정말 화나기도 하였다. 마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지 못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자의 상대로서는 정말 별로라며, 내 힘든 마음을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합리화하기도 했다.




"우리집 환경을 많이 느꼈을 거고, 처가집 환경이랑 우리집 환경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너도 이제 알꺼야. 나는 괜찮아. 니가 시집와서 지금 함께 사는 것도 고맙고 내 편이 되어주어 고마워. 우리딸 클때까지만 조금더 참고 살자. 앞으로도 니가 많이 힘들수도 있어. 나는 내 부모고 내 형제니깐 그래도 좀 덜하지. 어쨌든 진짜 힘들고 어려우면 언제든 말해.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남편이 어느날 내게 보내온 문자내용의 일부이다. 우리 남편은 장문의 글쓰기를 싫어하고, 늘 단답형으로 문자를 보내와서 나에게 오해를 사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를 잘 알기에 길고 긴 문자를 보는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제는결혼 일, 이년차가 아니다보니 서로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해를 하려해도 서로 이해가 안되는것은 뻔한 일임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어차피 결론없는 과정임을 알고 있기에.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되는 그 요소를, 어차피 바꿀 수 없다는 것 또한 이제 우리는 안다. 시부모님의 행동도, 나의 수용 능력도, 그 무엇도 바꿀수 없다. 이제는 어느정도의 결혼횟수가 되다보니, 그런 말들보다는 서로에게 신뢰하는 관계임을, 네 편임을 느끼게 해주고 말해주는 것이 더 문제해결에 빨리 가는 지름길일수도 있겠다는 것을 우리 부부는 지금에와서야 깨달았다.


아무리 시부모님이 나를 힘들게 한다쳐도, 내 남편만 든든하게 내 편이 되어준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 우리 인생에서의 주인공은 나와 너, 즉 우리부부와 그리고 사랑스런 우리딸. 우리 셋임을 이제는 명백히 알아가고 있다.




시부모님과 거리가 멀어지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우리 부부의 애정과 세가족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으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깨달은 그 진리가, 우리 가족을 나아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어떠한 역경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늘 평탄하고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 과정속에서 우리 세가족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시부모님과 너무 벌어져버린 그 거리를 조금 좁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일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하지 ?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답을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다.





이전 08화 아이 양육과 집안일은 온전히 며느리의 몫이라는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