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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Aug 21. 2023

독립적이지 못했던 내 남편의 어린시절.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⑦

부모로부터 정서적 분화하여, 독립된 우리 부부로 살아가기로 했던 이유는, 우리부부가 건강하게 살아나가기 위해서였다. 우리부부는 시댁과 연관지어 다투는 일이 많았었다. 우리의 문제였겠지만, 그 싸움의 중심에는 늘 시댁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독립적으로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어렸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집을 떠나 생활을 했고, 그 이후 줄곧 혼자 살며 또는 형제자매와 함께 살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갔다. 월세를 직접 벌어서 냈으며, 부족하게나마 혼자 밥을 해서 먹고, 공과금을 혼자 납부하고 처리했으며, 각종 살아가면서 주어지는 어른으로서의 역할?들을 어설프게나마 내가 직접 수행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서른살 이후에는 나와 비슷하게, 몸은 집과 떨어져 지내왔으나 떨어져 지낸 그 시기와는 비례적이지 않게 아주 독립적이지 않은 사람이였다. 우리가 만나 결혼을 했던 30대 중반까지도 월급의 일부를 부모님께서 드려 부모님께서 관리를 해주셨었고,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부모님의 관심과 지원하에 움직이던 사람이였다. 자동차를 구매해도 부모님의 동의와 허락하에 차종을 정하고 구매를 하던 사람이였다고 한다.


어느날, 남편과 함께 마트를 갔었는데, 수박 하나 고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 또한 결단력이 크게 있진 않지만, 남편의 머뭇거림에 수박 하나를 사는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는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어머니께 잘못 사왔다고 혼날까봐 그런다고 하였다. 그게 무슨 혼날일이냐고 했더니, 본인 집은 그렇단다. 수박 하나도 잘샀니, 잘못샀느니를 운운하며 여태껏 살며 혼이 났었다는 것이다.



아, 나와 많이 다른 삶을 살아왔구나 우리 남편.





누구의 삶에 간섭할 생각도 없고, 누구의 육아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해 운운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 상대가 내 남편이기에, 나는 크게 칭찬없이 나무람 아래 자라온 남편의 모습이 좀처럼 당황스러웠다. 많은 간섭하에 자신의 생각들만이 옳다는 판단하에 자식의 기를 죽이며 살아왔던 시부모님의 모습에 못내 아쉬웠다.


70을 훌쩍 넘은 지금의 나이에도 아들부부를 흡족해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간혹 볼때면, 수박 하나 고르지 못하던 남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것 같다.


우리 친정과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여서 색다른 우리시댁의 모습이다. 반대로 자식들의 말과 의향을 먼저 묻고 이행하시는 우리 부모님을 보면 그들의 나이듬이 느껴져 마음이 아플때가 있다. 때때로 내가 보았을땐 잘못된 선택을 하여 자식들에게 혼나기도 하는 우리 부모님. 한번은 아버지께서 광고전화를 믿고 핸드폰 번호이동을 한적이 있었다. 후에 자식들에게 괜찮느냐고 물었었고, 그건 아니다싶어 나는 아빠에게 왜 물어보지도 않고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었다. 이 또한 정상적이진 않으리라. 이렇게 우리 친정부모님은 이제는 자신들의 나이듬을 받아들이고, 혹여나 부족한 판단을 내릴까 노심초사하시며 늘 중대한 결정을 할때는 자식들의 의중을 먼저 물어보시곤 하신다. 그리고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지고 결정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다.




현재도 남편은 시댁에 갈때 그 무엇도 사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어린시절 엄마에게 누구의 집을 가던, 혹여 친정에 오더라도 빈손으로 오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었다. 과자 한봉지라도 사가는 것이 어른들에 대한 예의라 하셨는데, 이와 달리 남편은 무엇을 사가도 부모님께서 이건 맛이 있니 없니, 싱싱하니 안하니, 어디서 샀니, 비싸니 마니, 여러가지로 반응을 하시는 시부모님이 피곤하다며, 빈 손으로 가자하였다. 이건 결혼하기 10년전부터 현재까지도 그러하다.




독립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남편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아이를 믿어주기.


육아에 있어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잘못된것은 없을테다. 하지만 내가 우리집 전반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자하니, 아이는 독립적이여야 하고,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정서적으로 분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또 느끼게 된다. 우리의 시부모님도, 친정부모님도 모두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였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인지는, 우리 부부가 지금 신중히 고심해보아야 할 타이밍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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