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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Aug 21. 2023

매일 가던 시댁에 발길을 끊다.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⑤ 


시어머님은 나의 저녁을 챙겨주시는 아주 고마운 분이셨다. 어머님은 평생을 자신의 남편(=시아버지)의 까탈스러운 입맛을 고려한 국 포함 매일 다른 식단을 밥상에 올려야 했다. 반면 입맛이 무난하고, 골고루 먹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반찬 한두가지면 밥 한그릇 뚝딱하는 손녀딸(=내 딸)의 밥을 아침, 저녁으로 챙기셨다. 또한 아버님의 밥을 챙기며 밥상에 숟가락만 하나 더 얹으면 된다면, 며느리인 나에게 저녁밥을 자신의 집에서 먹고 가라 하셨다. 


처음에는 죄송스럽고 불편했다. 아버님의 평생 밥상을 챙겨내신것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워보였고, 우리 딸의 양육을 맡고 계셨기에 아이의 아침과 저녁을 꼬박 챙겨주시는 어머님의 노고에, 나의 저녁까지 얹기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하였다. 


주말부부였기에 딸과 내 저녁만 챙기면 되는 상황이였던지라, 집에 가서 따로 밥을 할 필요가 뭐있냐는 시부모님의 말씀에 불편하지만 내 몸 하나 편해보자고, 퇴근 후 시댁에 가서 내 저녁을 먹고 왔다. 아이는 이미 어머님께서 저녁밥을 챙겨 먹인 이후였다. 


몸은 아주 편하였다. 하지만 줄곧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친정집이였으면 내가 자유롭게 밥을 퍼먹고 모자란 국을 더 떠먹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시댁 그리고 극내향형인 나는 그것이 어려웠다. 어머님의 살림의 선을 넘길까봐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때론 차려놓은 밥상에도 배가 고프지 않다며 집에 와서 밥을 대충 챙겨먹은 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복에 겨운 불편함이 아니였나 싶다. 


그렇게 나는 몇달전까지만 해도, 아주 감사하게도 시어머님의 평일 저녁밥상을 챙겨받으며 지내왔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크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70 중반을 훌쩍 넘기신 어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음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고, 힘들다, 아프다는 언어적 표현을 많이 하셨기에, 그런 분위기속에서 내 저녁을 계속적으로 어머님께 의탁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금껏 결혼후 10년을 지내오면서 어쩌면 순전히 내 입장에서의 생각일수도 있는, 내가 느낀 여러 서운함과 의문들이 쌓여서일것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갑자기 며느리가 잘 먹던 저녁밥을 집에 가서 먹겠다고 하면 어머님이 서운해하진 않을까? 기분이 상하진 않을까? 여러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편에게 먼저 상의했다. 매일 어머님댁에서 저녁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집에 와서 밥을 먹겠다고. 남편은 늘 내 편이 되어주었다. (가까이에서 나와 시부모님과의 관계를 살필수 없었던 남편은, 자신의 아내인 나에게 니 마음 가는데로 행동해도 된다고 늘상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어쩔수 없이 핏줄인 부모님과 아내인 나 사이에서의 작은 갈등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녁밥의 챙김은 아주 큰 부분이긴 하지만, 그 밥의 의미보다는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 자주, 많은 생활을 공유하고 있었던 시부모님과의 대면이 나에게 힘겹게 다가왔던 것 같다. 시댁에서 저녁을 먹지 않은 이후로는, 이제는 조금 커버린 딸아이가 엄마의 퇴근시간에 맞춰 아파트 화단에 내려와 앉아있곤 함에 따라 자연스레 매일 가던 시댁을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 방식대로, 시댁과 점점 멀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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