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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라라 Aug 21. 2023

여보, 우리 이제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자.

10년차 며느리의 시댁과 멀어지기 ⑥

2023년 5월이였다.


이전글에서 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시댁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던 것이 지난 5월이라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의 어쩌면 순전히 내 입장에서라고 할 수 있는 서운함이 쌓인 결과일것이라. 그런 서운함이 터지는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시부모님의 이유모를 역정때문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우리 부부는, 남편이 주말근무를 하여 집에 오지 못했었고, 나는 우리딸과 단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였다. 다짜고짜 시아버님께서 전화를 해서는, 내가 이해되지 않은 이유로 들며, 한숨과 함께 한템포 쉬면서 화를 내셨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를 치는 순간을 참지 못하는 면이 있다. 자존감이 크게 높지 않은 나여서 그런지, 그 높지 않은 자존감마저 더 떨어뜨리기란 나에게 하면 안되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지켜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살고 있다. 그런 자존감 낮은 나에게 이해를 하지 못하는 구구절절 설명을 하시며 소리를 치셨다.


순간 너무 화가 난 나도, 시아버님께 조근조근 내 할말을 하였다.


"아버님, 화내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왜 소리를 치며 말씀하세요?"


내가 대단한 용기를 낸 순간이였다.




나는 어릴적 부유한 집에서 산 적도 없고,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산것도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적당한 애정과 보호를 해주셨다. 우리시대 아버지였다면 가정에서 무심해서 그랬다고 해도 할말은 없을 터이지만, 우리 아버지는 단 한번도 나에게 큰 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며 말을 한적이 단 한번도 없으시다.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시며 온화하셨던 아버지는 가정적인 사람은 아니였지만, 자식들에게 말로써 행동으로써 상처를 준적이 없으셨다.



아버님의 소리침과 화는 나에게 정말 당황스럽고 생소한 모습이였다. 물론 그동안 남편과 무수히 다투거나 언성을 높이며 말을 하는 모습들을 봐왔었지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소리친건 이번이 처음이였으므로. 아무리 아버님의 성향과 성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번 경험만큼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 화가 난 이유를 나중에는 '자식걱정'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하여 포장을 하였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분화를 하려는 아들부부의 모습이 못 마땅해서였을 것이다. 너무나도 밀착되어 지내던 우리였지만 주말에 시댁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늘상 공유했던 일상을 서서히 줄여나간 것이 불편해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대출이 얼마 있는지?, 우리가 살던 전세집의 집주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대출받은 은행은 어디인지? 속속들여 알려고 하는 시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우리부부는 멀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발단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여러차례 우리부부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화를 내시고 언성을 높이셨다. 시아버님 그리고 시어머님께서 동조하시며 우리에게 화를 내셨다. 이유는 여전히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였고, 오픈하기에도 정말 낯뜨거울 사소한 것들이였다. 그게 왜? 뭐가 문제라는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요소로 우리에게 꾸준히 역정을 내셨다. 남편은 그저, 우리가 하는 것들이 못마땅해서 그러신것 같다, 우리가 나이든 부모를 바꿀 수 없지 않겠느냐, 네가 좀 이해해달라는 말을 해왔다. 남편의 잘못도 아니거늘, 남편이 나를 이해시키려 하는 것을 보고 당신이 잘못한 것 아니다, 그치만 내가 지금 힘든 이 마음을 단 몇일간만 아무말 하지 않고 들어달라, 간곡히 요청을 했었다.




건강한 가족 분화, 부모로부터의 독립. 이러한 전문적인 용어, 나는 잘 모르겠다. 그저 지금 우리부부와 우리딸, 우리 셋의 삶에서 이기적이게도 딸의 육아를 시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적당한 거리가 필요했고 적당한 선에서의 독립이 요구되어졌다. 그래서 남편에게 정식으로 제안을 했다.


"여보, 우리 이제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하자"


누군가는 우리에게 이런 조언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이 육아도 부모님께 맡기지 말라고. 그것도 우리부부가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였다. 지금도 그 이유가 순전히 우리가 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부부의 입장은 그동안 의존하던 아이의 육아마저 끊어버린다면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이 정말 멀어질까봐 두려운 마음도 큰 것이 사실이다. 시부모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적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인연을 끊을 마음도 없었던 것이 내 진솔한 마음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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