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하하 - 7월 10일 일요일

하루에 글 하나씩

by 설규을

1. 아침에 갑자기 일어났다. 부모님이 속리산으로 등산을 가신다고 준비하시다가 내가 그 소리를 듣고 깼다. 어머니가 같이 갈래?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간다고 했다. 그렇게 속리산을 가게 됐다. 속리산은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생각보단 멀리 있었다. 꾸벅꾸벅 졸던 나는 어느새 눈을 떴고 속리산이 내 눈앞에 있엇다.

2. 속리산은 내가 그동안 갔던 산 중 가장 멋있었다. 내가 풍수지리는 모르지만 소나무도 많고 탁 트여있는데 산이 참 멋있었다. 조선의 왕 세조가 지나갔던 길이라고 해서 세조길도 지나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템플 스테이하는 법주사도 보였고, 세심정이라고 마음을 닦는 곳도 보였다. 우리 가족은 그 아래 계곡 상류에서 살짝만 발을 담그기로 했다. 올라올땐 발이 뜨겁고 퉁퉁 붓는 느낌이었지만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나니 몸에 냉기가 돌았다. 그렇게 냉기 가득 몸에 담고 나서 하산했다.

3. 안타깝게 점심은 한우불고기 정식을 먹었다. 안타까운 이유는 더 비싼걸 사드리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이걸 드시겠다고 하셨다. 요즘 조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부모님이 참 영웅같고 대단하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 나이가 몇살인지는 감흥이 별로 없는데, 부모님 나이, 친한 형,누나들 나이를 들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시간이 빠르면서 잔인하게 흐르는 기분이다. 어느새 풍요롭고 잔치상 같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다. 뷔페 같이 마음껏 소비하고 낭비하던 시간이 점점 식당으로 바뀐 기분이다. 괜히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다.

4. 하지만 이런 교훈을 얻은 채로 나는 변함없이 유튜브만 보다가 하루를 다 날렸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일 아침 9시반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아침까지 봤을 것 같다. 뭔가 내 마음이 힘들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아무것도 안하고 핸드폰만 몇시간 째 보는 모습이 이게 바로 디스토피아이다. 방종하는 대학원생이라는 비극이 시작되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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