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남기 - [170] Jun 8th 2023
A storm chasing
어제 날씨 브리핑이 끝난 후로 오늘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오늘은 텍사스 북쪽에 큰 폭풍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폭풍을 쫓는 우리는 어디에 폭풍이 생긴다고 하면 가야한다. 아무리 같은 도시를 몇번씩 가는게 아쉬워도 그래야한다. 물론 다들 엄청 아쉬워한다. 이동시간이 7시간반이라서 지치지만, 적어도다른 도시, 다른 주에 간다면 즐겁게 풍경을 볼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아침에 짐을 싸려고 하는데, 빨래가 안 말랐다. 도대체 몇 시간을 돌려도 빨래가 안 마르는 정말 형편없는 건조기이다.)
어찌됐든 늘 9시에 있는 날씨 브리핑을 듣기 위해 갔다. 학교로 걸어가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몇 개월전만 해도 춥고 하얗고 삭막했던 이 거리에 초록색이 우거지고 냄새도 꽃향기와 수분이 섞여서 여름내음이 물씬 났다. 늘 계절이 변하는게 신기하지만, 너무 긴 겨울이다가 이렇게 더운 여름이 되는 건 아무리 봐도 경이롭고 감격스럽다.
학교에 도착해서 들어보니 이전에 도착했던 곳으로 향하는게 확실해졌다. Amarillo,TX이다. 콜로라도의 볼더처럼 나도 이제 텍사스하면 이 도시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7시간 반의 여정이 시작됐다. 점심은 콜로라도에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갔다.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도착해서 QDoba를 먹었는데, 다시 멕시칸 음식을 먹었다. 멕시칸 음식은 굉장히 흔하긴 하지만, 오늘 점심까지 먹다보니 좀 물렸다. 몇번씩 본 풍경이었지만 참 아름다웠다. 콜로라도는 정말 이쁘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내가 운전대를 잡아서 약 2시간 반정도 운전했다. 콜로라도에서 뉴멕시코로 넘어가는 길을 운전했다. 이 구간을 몰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길이 생각보다 험하고 경사도 급해서 큰 차를 모는 나로써는 조금 버거웠다. 심지어 차량순서도 마지막이라서 굉장히 급하게 따라갔다. 어쩔때는 100마일로 매우 큰 차를 모는데 마음이 부담됐다.
안전하게 몰다가 늘 도착했던 뉴멕시코에 있는 Raton으로 갔다. 늘 여기 쉐브론 주유소에서 멈춰서 화장실을 썼다. 화장실에서 다 비우고 그리고 구경하다가 뉴멕시코 귀여운 스티커가 있어서 샀다. 로즈웰 사건이라고 외계인관련 유명한 사건이 있는데, 그게 뉴멕시코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외계인 스티커가 많았다. 그래서 노트북에 붙일 용도로 하나 샀다. 귀여운 외계인 우주선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스티커이다.
Raton까지 운전한 나는 운전자를 바꾸고 조수석으로 가서 paper 작업을 했다. 듀가 내일 아침 7시까지이다. 그래서 교수님께 마지막 확인 받고 고칠 것 고치고 해서 페이퍼를 완성했다. 그러다 보니 금새 아마릴로 텍사스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으로 약 7시가 넘는 시각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텍사스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다. Aspen grill이라는 곳인데, 구글 리뷰도 엄청나고 굉장히 궁금했다. 궁금해서 갔는데 느낌이 굉장히 남부 느낌나는 인테리어였다. 옆에 있는 친구한테도 물어보니 그 친구한테도 남부느낌나는 곳이라고 했다. 내가 시킨 것은 ASPEN Bleu Sirloin이다. 여기서 굉장히 유명한 메뉴라고 하고, 블루치즈를 스테이크 위에다가 얹은 미친 요리였다. 저기 있는 fresh beans도 맛있었고,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미국에서 먹은 감자튀김은 항상 맛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호텔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굉장히 외로웠다. 오히려 오늘따라 더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도, 군중 속의 고독처럼, 더 사무치게 외로웠다. 곧 미국을 떠날 것이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영어 쓰는게 지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적적할때는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는데 호텔이 더 좋은 하얏트라 그런가 로잉머신이 있었다. 근력운동을 하고 로잉머신을 하고 난 후에 인스타에서 한국이 그립다고 하니, 작은 누나한테 전화가 왔다. 누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힘든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미국 박사과정만 붙으면 이 스트레스가 없어질 것만 같다. 제발 콜로라도에 다시 돌아가고싶다. 그땐 박사과정으로 돌아가고싶다.
이제 이 이야기는 곧 멈추겠지만, 유학길이 붙은 후에는 다시 잘 펼쳐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다. 제발 그렇다.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