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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들이 있다.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문장이 유명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
첫 문장이 주는 충격에 사람들은 입 아프게 칭찬하기 바쁘다. 첫 문장부터 사로잡은 소설이라면서.
또한 사람들은 영 앤 리치를 부러워한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에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며 저렇게 되고 싶다며 생각한다. 연예인들 중 일부와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승현은 영 앤 리치는 전혀 아니다. 내가 쓰는 소설 또한 앞에 나온 소설들처럼 첫 문장처럼 강렬하게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천천히, 방황하며,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며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기를. 평범한 우리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는 것이니까.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첫 문장만이 유명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승현은 푸르른 가을날 아침에 은빈을 잃었다.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였다. 그의 아이를 막 낳았었고 그와 함께 평생 하기로 약속했던 아내였다. 마음이 텅 비어버린 승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세상과 위상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음악을 들어도 기쁘거나 슬프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과 분리됐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리란 이런 거구나.’
확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죽을 의지나 용기조차 다 없어져버렸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도 은빈이가 죽을 때 같이 죽었던 거야."
그는 1분 1초를 생생하게 느낀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60번 나면, 겨우 1분이 되고, 그 1분이 60번이 지나야 겨우 한 시간이다. 그게 24번, 그리고 24번이 300번 넘게 돌아야 1년이 된다. 승현은 시간이 너무 버겁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이 48번 돌고, 분침이 몇 바퀴 정도 더 됐을 때, 승현은 은빈의 장례식에 서있었다. 그는 상주였다. 친했던 사람들, 올 것이라고 기대도 안 한 사람들, 직장사람들, 은빈의 가족, 승현이 가족 등등이 왔다. 인간관계가 좋았던 중산층에 속하다고 칠 수 있는 부부였다. 조문객들은 마음의 크기에 따라서 따뜻한, 뜨뜻미지근한, 형식적인 말들을 건네며 상주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은 미소 말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였다. 조문객들이 올 때마다 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름 분주하게 돌아가는 장례식장을 보면서 그는 아주 조금씩, 딸깍거리며 세상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 뒤로 한 명의 남자가 보였다. 특이할 것 없는 사람에게 그가 왜 눈길을 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번 눈길을 주고 나니, 계속 바라보게 됐다. 그 남자도 대다수의 조문객들처럼 은빈의 영정을 보고 그렇게 슬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은, 그리고 그 눈망울에 담긴 감정은 승현과 비슷해 보였다. 그 남자는 장례식장에 왔지만, 상주가 있다는 것조차 까먹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 남자는 꼿꼿하게 허리를 피고 승현의 아내인 은빈을 바라봤다. 승현은 그 남자의 시선의 끝에 있던 은빈이의 영정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네가 이 장례식장에서 가장 환한 사람일 거야. 넌 이제 영원히 37살이고, 영원히 젊겠구나.'
그 남자, 강혁은 천천히 구두를 벗고 노란 색깔 장판 위에 섰다. 허리를 살짝 굽혀서 조의금을 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강, 혁. 그런 후에 다시 영정을 바라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그의 앞에는 승현의 대학동창들이었다. 강혁은 자기 차례가 와서 절을 했다. 무릎을 굽히면서 오른손을 왼손과 포개고 그 위에 얹었다. 일어났다. 영정과 눈이 마주치고 다시 절을 했다. 다시 무릎을 굽히고, 이번에도 두 손을 포개고 그 위에 얹었다. 일어났다. 그는 토하듯이 말했다.
"저도 은빈 누나를 사랑했어요."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승현은 더 빠르게 세상과 연결되고 있었다.
"저는 은빈 누나와 2년간 사랑했어요.”
승현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세상과 연결됐다.
"더 일찍 말 못 해서 죄송합니다."
강혁은 말했다. 활시위를 당기면서 살고 있다가, 화살을 쏘면, 몸이 편안해진다. 하늘 뚫고 날아가는 화살들을 바라만 보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강혁은 2년간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화살 세 발을 승현에게 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솟구치면서 승현은 말했다.
"푸하하"
현재 이 장례식장에서 은빈 말고 가장 큰 웃음을 짓는 사람이 아마 승현일 것이다.
또한 화살이 몸에 박히면 흐르는 붉은 핏줄기처럼, 승현은 아팠다.
고통은 삶의 증거다. 승현은 잠시 죽었다가, 오늘 피를 흘리며 다시 아프게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