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4월 16일

안경집 세 사내들

by 설규을

무덥고 습한 여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태극안경원은 길가에 당당하게 서있었다. 청록색 간판에 검은 글씨로 “태극안경원”이라고 쓰여있었다. 대학가에 있는 안경원치고는 촌스럽고 토속적인 이름이었다. 낮의 태양만큼이나 밝은 안경원, 세 사내가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가게 주인 해진과 여유로운 승현, 그리고 가장 많이 말하는 상훈이 오늘도 가게를 지킨다. 상훈은 익숙한 실루엣의 손님이 들어오자, 밝게 맞이한다. 말끔한 옷차림의 잘생긴 긴 머리의 공대생이다.

“또 오셨네요! 안경테가 휘셨을까요?”

“네, 제가 어젯밤에 중간고사를 공부하고, 잘 때 머리맡에 안경을 두고 잤더니...”

학생이 말을 마치지 않으며 대답했다. 승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휘셨을까요? 가 뭐냐. 휘셨을까요가. 아니, 손님을 존대해야지 안경테까지 존대하네. 그리고 저 남자는 왜 말을 끝까지 안 하고 우물쭈물 거리냐. ’

“아 네네 그러시군요. 힘들겠어요! 제가 안경 봐드려도 괜찮을까요?”

체크셔츠를 입은 남자 손님이 해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상훈에게만 이야기하자, 해진은 고개를 숙여서 자기가 투자한 주식만 바라볼 뿐이다. 주식뿐만인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지 투자수단에 온 신경을 쏟았다.

“점장님”

“...”

“점장님”

“어.. 왜?”

“손님이 흐릿하게 보이신다고 하신 걸 보니, 난시가 심해진 것 같습니다. 한 번 봐주세요.”

“어, 그래 그래. 손님, 일로 잠깐 오시겠어요?”


점장님에게 다가가는 손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상훈이다.

‘이게 최선일까? 내가 이걸 좋아하긴 하나? 잘하는 것 같긴 한데, 나도 서울에 있는 안경원으로 가보고 싶기도 하고, 여기에 있는 게 맞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훈의 생각은 상훈을 심각하게 만들었지만 승현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승현이 상훈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한다.

“상훈아, 점심으로 돈까스 어떠냐?”

“나쁘지 않은데, 요 근래 갔던 ‘소도’만 아니면 돼요.”

“거기가 기깔 난데, 왜 거기를 안 갈까? 왜 그러냐. 가게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옥수수 죽 먹으면 이미 행복한데.”

“거기에 가면 옥수수 죽을 바로 줘서 좋기는 한데, 요 근래 많이 갔잖아요. 이젠 다른 곳도 가보죠. 근본, 클래식 말고, 트렌디 한걸로요. 막 마늘도 뿌리고, 파도뿌리고, 치즈 범벅인 걸로요.”

“오케이, 일단 알겠는데 점장님한테 물어볼게. 점장님한테 근본 황금빛 돈까스냐? 아니면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마늘 돈까스냐 하고 물어볼게,”

“과장님은 진짜 편파적이에요.”

“너도 나이 먹어봐라.”


돈까스가 아니라 부대찌개가 먹고 싶던 해진은 손님에게 하나둘씩 친절하게 설명한다.

“시력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손님, 난시가 조금 심해졌습니다. 이게 한번 안경 도수를 올리면, 계속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특히 밤에 운전할 때 어지러울 수도 있거든요. 안경 압축도 계속해야 해서 무거워지고요. 제 생각에는 지금 다시 렌즈를 맞추는 것보다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면 그냥 쓰셔도 될 것 같아요. 나중에 정말 심해지면 그때 도수를 조금씩 올리도록 하죠. ”

“네, 뭐. 심해지면, 다시 오도록 할게요.”

해진은 상훈을 부른다.

“상훈아, 시력 검사 끝났고, 손님 안경 다시 닦아 드리고 뭐라도 챙겨드려라.”

“네, 점장님. 손님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상훈은 손님의 안경알을 다시 세척한다. 긴 머리 공대생이 말한다.

“저번에 저희 아버지가 와서 여기서 선글라스 맞췄는데, 엄청 만족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이렇게 친절한 사람은 오랜만이라고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오시면 좋은 조건으로 맞춰드려야죠!”

“어머니랑도 와야겠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살펴가세요.”

안경원의 문에 있는 방울소리가 울리면서 손님은 빠르게 학교로 다시 돌아간다. 뭔가 바쁘고 정신없는 모습이다. 손님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승현은 상훈에게 웃으며 말한다.


“지금 점장님한테 물어본다.”

“진짜 치사하게만 물어보지만 마요.”

“점장님!”

해진은 승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너네 돈까스 먹고 싶은 것 같은데 오늘은 부대찌개다. 부대찌개 먹고 싶어서 꿈에 나올 것 같다.”

승현은 상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진짜 억울하네..”

“우리끼리 왜 이야기한 걸까요..”

직원의 불평을 들은 해진은 기지개를 켜며 말한다.

“난 부대찌개면 다 좋아해. 클래식하든 안 하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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